대학의 민주화, 첫걸음은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확대
대학의 민주화, 첫걸음은 대학평의원회의 권한 확대
  • 신선아 기자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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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수도권 25개 대학 및 대학원 총학생회 연합과 5개 학생 단체는 ‘학교 운영에 학생 의견수렴은 되고 있지 않다’며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 설치를 요구했다. 3년 후인 2018년, 국회는 교·직원 및 학생으로 구성돼 대학의 중요 안건을 심의하는 대평을 의무로 설치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로써 대학은 대평을 설치하고 운영할 책무를 부여받았다. 현재 대평은 △교육과정 △대학의 발전 계획 △학교 법인 구성원 추천 △학칙 등 중대한 교내 사안을 심의·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대평의 영향력 부족
대평의 설립 취지는 학교 행정에 관한 중요 사안을 법인과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막고 대학의 민주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 대평은 심의·자문 기구에 지나지 않아 구속력이 없어 영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대평이 법인과 이사회의 의결에 반대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평의 역할은 크게 ‘심의’와 ‘자문’으로 나뉜다. 그중에서 특히 자문 기능의 실효성이 부족하다. 김효은<대학연구소> 연구원은 “대평의 심의 권한은 구속력을 갖지만 자문 기능은 법인과 이사회의 결정에 그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교육과정 운영에만 자문 가능한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학교 법인의 독단적 의사결정 방지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대평의 실효성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 학교 대평 교원인 이동호<공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대평은 단순 심의기구라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요구사항을 법인에 여러 차례 전달해도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저히 부족한 학생 의원 비율
대평 내 의원 구성 비율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대평의 평의원은 11명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교원 △조교 △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각 단위를 대표하는 이들로 고르게 구성해야 한다. 동문 등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들도 포함될 수 있지만, 한 구성단위의 비율이 과반을 넘을 수 없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가 국내 사립대 대평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대학이 대평을 최소 인원으로만 구성하고, 학생이 배제된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대학가 대학평의원회 구성인원 수와 구성단위 별 비중을 그린 그래프다.

조사 대상 사립대 133곳 중 90곳(67.7%)은 법정 최소 인원인 11명으로 평의원회를 구성하고 있었다. 11명 미만으로 대평을 구성해 법령을 어긴 학교도 두 곳 있었다. 

구성단위별 비중은 △교원(38.3%) △동문(24.7%) △직원(22.2%)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학생은 불과 14.3%에 불과했다. 사립대 전체 대평 교원 의원이 595명인 것에 비해 학생 의원은 222명으로 교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였다. 대학별로 대평 학생 의원 수는 △1명(44.9%) △2명(45.9%) △3명 이상(9.8%)이었다. 해당 결과에 대해 김 연구원은 “대평 구성이 교원이나 동문에 쏠려있는 것이 문제”라며 “학생 비율이 늘어나 모든 구성원이 고르게 분포돼야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평 법률안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나와
이 교수는 “학교가 대평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행법상으로는 대평의 영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평의 영향력 증대를 위해 지난해 9월 여영국<정의당> 국회의원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3개로 △대평 구성원 수 확대 △대평 심사권 및 인사 추천권 확대·강화 △학생 의원 수 보장이다. 현행 11명에 불과한 대평 구성원의 수를 25명 이상으로 늘리고, 그중 25% 이상을 학생 의원으로 고정하는 것이다. 더불어 대평의 심사 권한을 확대하고, *개방 이사 중 1/2, 총장 후보의 2배수, 징계 위원 중 1/3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학교의 대평 현황은?
우리 학교는 지난 2007년에 대평이 설립됐다. 우리 학교의 대평 구성인원은 △교수 의원 6명 △외부 의원 2명 △직원 의원 3명 △학생 의원 3명으로 총 14명이다. 우리 학교 대평 사무국에 소속된 정재훈<기획처 기획평가팀> 과장은 “우리 학교에서 대평의 안건으로 발의되는 것은 모두 학칙개정사항으로 대평에서 이를 심의 가결하지만 법인과 이사회가 반대하면 통과될 수 없다”며 “결국은 법인과 이사회의 심의에서 학칙이 개정되고 공포된다”고 대평 운영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겸 대평 학생 의원으로 참여 중인 김석찬<경영대 경영학부 18> 씨는 “대평 기구 자체의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현재 학교 본부는 대평 회의에서 질문에 정확히 대답하기보단, 통보 후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씨는 “대평 기구 자체가 학교 본부에 견줄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대평 회의 시 교수대표 의원님들의 발언이 대부분이라 학생 의원의 의견이 좀 더 개진될 필요가 있다”며 대평 자체의 권한 확대와 더불어 학생의 발언권이 커질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대평은 설립 취지에 따라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의 주요사안을 진정으로 심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대평의 권한이 확대될 필요가 있으며 대평 권한 확대를 위해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 개방이사 :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된 이사를 말한다.

도움: 김효은<대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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