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속 대면 수업 실시,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면
잡음 속 대면 수업 실시,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면
  • 이예종 기자
  • 승인 2020.04.19
  • 호수 150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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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부터 우리 학교에선 일부 실기·실험 교과목에 한해서 대면 수업이 시작됐다. 실습이 핵심인 공학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 등의 일부 교과목이 대면 수업의 대상이다. 감염병관리위원회(이하 감관위) 관계자 이원걸<학생처 학생지원팀> 부장은 “대면 수업 허가의 원칙은 등교 학생 수가 단과대별 총 학생 수의 20% 정도가 될 때까지”라며 “지난주 기준으로 총 2만여 명의 재학생이 있는 서울캠에선 평균 3백여 명, 수업이 많은 화요일은 1천 명가량이 등교를 시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관위는 이론 수업 위주 학과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 큰 변동이 없을 때까진 현행 온라인 수업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양 캠퍼스의 감관위는 모두 학기 중에 대면 수업이 원활히 안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감관위는 우선 대면 수업 승인 절차를 밟았다. 승인 조건은 △대면 수업 학생 동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및 환기 가능 강의실 지정 △강의실 소독 및 손 소독제 배치다. 이후 대면 수업 승인은 △단과대 △단과대 학·원·처장 △감관위의 절차대로 이뤄지며, 조건 이행이 어려워 보이면 신청은 불허된다.

양 캠퍼스의 감관위는 건물 출입 통제도 강화했다. 대면 수업을 위해 캠퍼스에 방문하는 학생들이 급증할 것에 대비한 조치다. 학생들은 캠퍼스 내 대부분의 건물에 출입하기 위해선 △발열 체크 △문진표 작성 △스티커 부착 등의 절차를 거친다. 가령 올림픽체육관에 출입하는 학생은 발열 체크 이후 개인정보와 당일 수업을 문진표에 기록하고, 요일별로 출입증 역할을 하는 스티커를 배부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각 단과대 행정팀과 감관위는 수업 중에 수시로 단과대별 ‘대면 수업 예방수칙(이하 예방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방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민원과 ‘대면 수업 동의 강제성’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잡음이 일었다.

예방수칙, 첫발은 불안
예방수칙 준수는 일차적으로 수업 교수에게 책임이 있다. 예방수칙이 준수될 것을 조건으로 감관위가 대면 수업을 승인하기 때문이다. 각 단과대 행정팀 역시 예방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면 수업 첫 주에 일부 학생들은 ‘예방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캠 학생 A씨는 “백남음악관 수업 때 강의실 출입문도 닫혀있었고, 작은 창문 하나마저도 외부가 아닌 복도로 연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런 강의실을 쓰는 것은 불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음대의 경우 마스크를 탈착해야 하는 수업도 있어 문제다. 합주 수업에서 관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선 마스크를 벗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비말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씨는 “합주 수업 인원을 세분화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교수와 학생은 거리를 두고 있지만, 학생끼리는 전혀 거리를 두지 않았다”며 “평소 실기 수업 배열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합주가 이뤄지는 곳조차도 기존 강의실보다 좁은 강의실로 변경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음대는 합주 수업 때 현악기를 연주하는 학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관악기를 연주하는 학생은 강의실 뒤에서 벽을 보고 연주하도록 조치했으나,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대안으로 보이진 않는다. 

윤철수<예체대 행정팀> 직원 역시 “수업마다 예방수칙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학생들로부터 ‘마스크 착용이나 강의실 환기 등 예방수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온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IT·BT관 강의실에선 창문을 암막 커튼으로 차단하고, 출입문도 닫아놔 문제가 제기됐었다. 

윤 직원은 “IT·BT관의 강의실은 철문이 닫혀있는 폐쇄적인 구조”라며 “대면 수업 초기에 예방수칙이 잘 지켜지는지 현장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고충이 있었지만, IT·BT관의 해당 민원은 즉각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직원은 “안전이 최우선일 때지만 불가피하게 대면 수업 역시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에 교직원 모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은 “예방수칙 준수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교수와 행정팀에게 있기 때문에 단과대 차원의 자율적이고 엄격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의 과정에서 제기된 강제성 문제
대면 수업에 관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 일부 단과대는 대면 수업 동의 과정에서 실명으로 학생 동의를 구한 것이 드러났다. 실명 동의가 문제인 이유는 성적 평가 권한이 있는 교수에게 학생이 직접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A씨는 “개인별로 동의 여부를 적은 문서를 스캔해 교수에게 보내거나,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개적으로 동의 절차가 이뤄졌다”며 “불이익이 있을까 두려워 동의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ERICA캠 학생 B씨 역시 “대면 수업을 진행할 테니 원하지 않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교수에게 연락하라고 공지했다”며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B씨는 “동의 관련 지침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며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그제야 대면 수업을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과대별로 학생 동의를 확인하는 지침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윤 직원은 “감관위에서 자세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예체대는 최대한 익명이 보장될 수 있도록 자체적인 동의 절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 직원은 “수업 동의와 관련해 익명성 보장이 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지 않겠냐는 학생들의 우려가 컸다”며 “행정팀은 불안해하는 학생이 많음을 교수와 조교들에게 알리고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학생들이 강제성을 느낄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감관위가 이를 선제적으로 조사하긴 어렵다”며 “학생이 동의 과정상 ‘강제성이 있었다’고 신고하면 조사에 착수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성적 부여 역시 논의의 대상
이 외에도 성적 부여에 대해 학생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다. 대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에 점수 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직원은 “성적에 관한 학생 민원도 많았다”며 “학생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성노<예체대 체육학과> 교수는 “학생마다 상황이 다른데, 대면 수업 참여 여부만으로 성적에 차이가 발생해선 안 될 것”이라며 “대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에겐 과제를 줘 개인적으로 학생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교수의 태도를 강조했다.

지난 13일부터 시행된 대면 수업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학교의 조치이자 노력이다. 대부분의 타 학교가 대면 수업을 시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학교는 선제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대면 수업을 시행했다. 이 부장은 “계도를 하다 보면 종종 예방수칙 준수에 협조하지 않는 학생들이 보인다”며 “학습권 보장과 감염병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 누구도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에 불과한 지금, 부족한 점이 보일 수밖에 없다. 허점을 메우고 대면 수업이 안전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도움: 고다경 기자 dakyung3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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