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부문 심사평]
[2019 한대신문 문예상 소설 부문 심사평]
  • 신성환<인문대 미래인문학융합전공학부> 교수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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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설 부문 응모작품은 총 15편이었습니다. 우정이나 연애․소문 같은 일상적 소재를 다룬 작품들에 비해, 길고양이․장애인․젠더 갈등․여성혐오․불법 촬영물․세대 격차․SNS 소통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담은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것이 특기할 만했습니다. 다양한 가치와 관점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면서 유의미한 사회문화적 진전을 이루고 있는 동시대 우리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경향일 것입니다. 허구의 세계와 인간을 형상화하는 소설이라 할지라도 지금 여기의 수준에 부합하는 인권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을 지향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윤리의식 자체가 문학예술의 주요한 미학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으로 선정한 「흐르는 소리」는 음성 변조 방치라는 상상적 기술을 통해 한국사회의 혐오와 불통, 익명으로 존재하는 삶의 양면성을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세계 속을 떠도는 작고 미미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곁의 사람을 보듬고자 하는 인물의 태도도 돋보였습니다. 우수상으로 뽑은 「다소」는 의도치 않게 인터넷 유명작가를 사칭하게 된 주인공을 통해 청년세대의 사회적 박탈감과 피로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가작인 「네가 없는 이곳은」은 우주적 시공간을 상상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아득한 단절감과 고립감을 전달했고, 「학생회관에 유령이 나타난대」는 과거의 유령과 대면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을 구성하여 변화된 대학공동체 문화를 그려냈습니다. 

이외의 다른 작품들도 각자 고유한 미덕들을 충분히 갖고 있었지만, 소설적 세계관과 형식적 완성도의 측면에서 위의 네 편을 주목하였습니다. 한편 기성 작가의 작품 속에서 나온 모티브 및 설정과 유사한 작품들도 종종 보였습니다. 포괄적인 아이디어를 빌려 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어떻게 자기 언어와 자기 이야기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아직 날것 그대로인 생각과 문제의식들이 소설 형식에 세련되게 녹아들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소설 쓰기는 현실의 언어를 가져오되, 이를 섬세하게 가공하여 소설의 개성적인 언어 세계로 구축하는 작업입니다. 기사나 르포, 에세이의 그것이 아닌, 소설의 미학적 언어로 현실을 인식하고 통찰해야 합니다. 이후 여러 응모작들이 지닌 미덕들도 얼마든지 다른 기회를 통해 값진 성취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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