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가로 번진 홍콩 사태, 상호존중 대자보 릴레이 본받아야
[사설] 대학가로 번진 홍콩 사태, 상호존중 대자보 릴레이 본받아야
  • 한대신문
  • 승인 2019.12.02
  • 호수 1505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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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범죄인 송환법안’ 반대 운동은 지난 3월 31일부터 시작됐다. 범죄인 송환법안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이번 운동은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되며 2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운동으로 번졌다. 최근까지 홍콩 전역은 홍콩 시민을 진압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과 홍콩 시민으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홍콩 범죄인 송환법 반대 운동은 더 이상 홍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한국 학생들과 이에 반대하는 중국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대학 사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게시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은 게시된지 하루 만에 중국 학생에 의해 철거됐다. 또한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게시된 ‘홍콩 항쟁 지지를’이라는 대자보도 세차례에 걸쳐 중국 학생에 의해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에서도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중국 학생에 의해 훼손됐다. 이와 더불어 일부 중국 학생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학생을 찾아가 위협하고, 이들의 사진을 찍어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에 유포했다. 사진이 찍힌 학생은 “내 사진에 이어 신상마저 유포될까 두려움에 떤다”고 전했다. 이용표<서울경찰청> 청장은 “서울 내 5개 대학에서 대자보 훼손으로 7건의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고, 중국 학생 5명을 입건했다”며 “목격자 탐문이나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관련자가 있다면 추가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자보는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기 위해 붙이는 대형 게시물로 대학 사회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상징한다. 대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에 타인의 견해를 무시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테러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자보 훼손 △위협 △인신공격 등 이번에 중국 학생들이 보여준 행위는 합리적인 토론의 기회를 억압하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폭력적 대응이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아니다. 우리 학교의 중국 학생들은 폭력적인 대응을 중단하고 홍콩 민주화 지지에 대응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대자보를 통해 서로의 대자보 속의 내용을 반박하며 토론의 형식으로 대자보 릴레이가 이어졌다. 평화롭게 이어진 대자보 릴레이는 여러 학생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선례로 남았다. 이처럼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국 학생에게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홍콩 민주화 운동에 관해 어떤 의견이든 개진할 자유가 있다. 자신의 의견을 표하지 않고 타인의 견해가 담긴 대자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소통을 가로막는 행위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는 건강한 사회의 시작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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