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서울캠 비대위, 2년이면 됐다
[장산곶매] 서울캠 비대위, 2년이면 됐다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11.24
  • 호수 150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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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편집국장>

비상(非常): 뜻밖의 긴급한 사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 2년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그 2년 동안 서울캠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보궐선거까지 무산돼 처음으로 1년간 비대위 체제가 이어진 지난해만 해도 비대위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학교처럼 입후보자가 없어서 선거가 무산되는 암울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7년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선거 과정에서는 잡음이 있었지만, 후보자는 있었고, 지난해 선거에서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아 개표를 못했지만,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는 있었다. 입후보자조차 없는 다른 학교의 상황에 비하면 조금 낫다.

이런 비대위 체제에도 학생들은 별문제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가 무산된 올해 3월, 총학의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4월 봄 축제가 무산됐을 때야 많은 학생이 아쉬워했다. 필자는 학생들이 총학이 없는 걸 걱정했다기보다 축제가 열리지 않은 상황을 우려했다고 생각한다. 가을 축제 ‘라치오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비대위 체제도 괜찮다며 ‘총학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적잖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주요 업무를 축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캠은 비대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비상’ 상태라고 봐도 무방했다. 1년도 아닌 2년의 총학 공백은 학생 자치의 위기를 가져왔다. 지난 7월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가 포함된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후 비대위는 대책팀을 마련해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피해 학생들을 위해 학교와의 논의를 이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밖에 나아갈 수 없었다. 학교가 비대위와의 논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개편 과정에서도 학생 사회 여론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육과정개편은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모두가 영향을 받는 문제다. 비대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학생 여론을 뚜렷이 보여줬다. 학교 측 개편안에 포함된 4가지 모두에 70% 이상의 학생이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학사제도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학과정원축소를 둘러싼 학교와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는 학생 사회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계획을 밀고 나가기 바빴다. 표면적으로는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견을 ‘참고’정도 한다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학교의 이런 태도를 학생 사회가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총학생회는 학생 신분으로 학업을 병행하며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한다. 

비대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학생사회의 사안에 대한 대처는 더욱 어려워진다. 선출된 대표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제외해도 문제는 많다. 비대위원장은 중앙운영위원회의 구성원인 각 단과대 회장 중 한 명이 맡는다. 비대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부총학생회장도 없는 상황은 버겁기만 하다. 또한, 총학생회 업무는 오랜 기간 준비를 거친 사람도 해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일을 단과대 회장이 맡게 되면 그 뒷일은 뻔하다. 단과대 학생회 업무에는 차질이 생길 것이고, 비대위원장은 정신없이 총학생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신의 학업을 뒤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6년 만의 경선이다. 확실히 단선으로 치러진 지난 선거보다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높아진 관심이 투표까지 이어져 투표율 50%를 넘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많은 학생이 총학 부재의 문제점에 공감한다면 이를 넘기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울캠 2년 비대위 체제는 올해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비대위는 2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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