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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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훈 기자, 신선아 수습기자
  • 승인 2019.11.24
  • 호수 150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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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청소년’ 
지난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는데, 이 중 청소년 자살은 최근 4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학생도 최근 3년 사이 대폭 증가했다. △가정불화 △입시경쟁 △학교폭력 등의 위험 속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위기에 놓인 청소년의 이야기를 책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 있다. 바로 책 「아이들의 계급투쟁」과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책 「아이들의 계급투쟁」

책 「아이들의 계급투쟁」은 일본인 저자 브래디 미카코가 영국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하며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이야기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 동안 탁아소에서 일했다. 이 사이 영국의 집권당은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었고 당시 영국에서는 노동하지 않고 생활보호수당으로 먹고사는 ‘언더 클래스’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보수당 정부는 △생활보호수당 △실업보험 △양육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했으며 탁아소에 대한 지원 역시 끊어졌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늘어났지만 보육사들은 줄어들었다. 저자는 보조금 긴축을 기점으로 해 그 전과 후 탁아소 아이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낸다. 

탁아소에는 약물중독에 시달리거나 가정폭력을 일삼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저자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대체로 심각한 정서 불안을 겪어 심리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줄어든 복지 재정으로 인해 추운 겨울을 버틸 코트 하나 없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은 무리였다. 보조금 긴축 후 탁아소에는 생활보호를 받는 아이들과 난민의 자녀들만 남았고 탁아소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작은 탁아소 공동체 안에서도 어른들은 서로를 차별하고 경멸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산층 부모가 빈곤층을 무시하듯 빈곤층은 다른 인종의 난민을 무시했다. 저자는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혐오하는 이런 현상 속에서 언더 클래스로 태어난 아이들을 ‘운 없는 아이들’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재정 자원 긴축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세대는 아동들이다. 이 책은 빈곤층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부모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부모들에게도 보조금 긴축은 큰 시련으로 다가와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부모로부터 버려진다. 이 책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고발하고 우리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평등을 추구하는 21세기 현재, 한국은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수저와 은수저로 나뉜 사회계층이 여전히 있고,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매년 들려온다. 불평등한 계급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책 「아이들의 계급투쟁」을 읽고 우리 아이들은 진정 괜찮은지 고민해보자.

신선아 수습기자 shinsa211@hanyang.ac.kr
사진 출처: 출판사 '사계절'

너의 이야기를 들어 줄게,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영화 「바람」으로 많은 관객으로 하여금 청소년 시절 추억을 회상케 했던 이성한 감독의 신작이 돌아왔다. 바로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다. 일본 한 교사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가정불화와 계급 억압에 의해 위험에 빠진 청소년에게 한 교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야기다. 13년간 폭력에 처한 아이들을 지켜낸 야간고등학교 교사 미즈타니 오사무의 에세이가 지금 한국의 청소년이 처한 현실에 맞춰 각색돼 스크린에 재현된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의 한 장면이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의 한 장면이다.

원작에서 미즈타니 오사무인 교사 민재는 과거에 가출청소년 준영을 끝내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민재는 다시 준영과 같은 아이가 생겨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거리로 밀려난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민재는 빈곤한 가정형편과 복잡다단한 가정사로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이 처한 위험에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민재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언제든 너희 편이 되어줄 수 있으며, 잘못은 너희에게 있지 않다”고.

청소년 소외 문제를 다룬 영화는 주로 가족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재현하면서 그 가학성을 편리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 청소년 영화와 다르게 어른을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하기보다 아이들에 대한 어른의 무관심과 이들이 처한 계급 구조가 어떻게 이들을 폭력 속에 놓이게 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이들의 목을 조이는 건 오히려 또래 친구이고,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건 가난이라는 계급 상황과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청소년의 소외 상황을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그 상황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어른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를 보며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겠는가.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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