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ERICA캠을 만든 건 우리만의 정체성”
“지금의 ERICA캠을 만든 건 우리만의 정체성”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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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 양내원 부총장 인터뷰

▲ ERICA캠퍼스 부총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양내원 부총장의 모습이다.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은 ERICA캠퍼스는 이름에서부터 대학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 △연구 △기업체가 한자리에 모인 ERICA캠은 학연산 클러스터를 동력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학 교육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ERICA캠. 

지난 3월 취임한 ERICA캠 양내원 부총장은 “지금의 우리 대학을 만든 건 ERICA캠만의 정체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교 4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부임한 양 부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ERICA캠의 ‘정체성’에 대해 들어보자.

Q. 부총장으로 취임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부총장으로서 한 학기를 보낸 소감이 궁금하다.
처음 총장님으로부터 부총장직을 제안받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선 제가 부총장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전까지 입학처장이나 인문학 사업 원장도 했지만, ERICA캠 전체를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이 있었지만 부총장이라는 자리는 혼자 이끌어가는 자리가 아닙니다. ERICA캠의 여러 구성원이 집단 지성을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기에 저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구성원을 섬기는 부총장 역할을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자신이 생각했을 때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ERICA캠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바로 산학협력이라는 정체성입니다. 누구나 대학을 만들 때 ‘우리는 도대체 이 대학을 어떤 대학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대학 설립자께서는 1939년 25살의 나이에 대학을 세우면서 공과대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것이 서울캠퍼스의 정체성이자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많은 기여를 했죠. 40년 전 ERICA캠이 생길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산학협력입니다.

산학협력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요즘은 교수가 논문만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지식을 만들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반월공단에 있는 기업이 직면한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기술력이 없습니다. 그것을 교수와 대학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산학협력입니다.

이게 바로 ERICA캠의 정체성입니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움직여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습니다.

Q. ERICA캠은 IC-PBL(Industry Coupled – Problem Based Learning)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존의 교육철학과 비교했을 때 IC-PBL은 정반대의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많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머릿속에 최대한 많은 지식을 넣고, 다시 꺼내는 과정이었죠. 하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는 지식을 기억하는 것보다 생성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IC-PBL은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IC-PBL은 지식의 기억을 통해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생성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교육 방식은 ‘사고의 용량’이 아니라 ‘사고의 근육’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앞으로는 기존 기억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사고의 근육으로 당면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이나 대학에서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IC-PBL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Q. 김우승 총장은 ‘한양 동반발전 특별위원회’(이하 발전특위)를 꾸려 양 캠퍼스 동반발전을 도모한다고 밝혔다. 어떤 식으로 동반발전이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발전특위가 생기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업무 보고에서 생겼습니다. 매년 3월이 되면 총장은 각 부서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습니다. 업무 보고에는 여러 가지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 동반발전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그 말은 우리 학교 모든 부서에서 양 캠퍼스 동반발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총장 한 명이 의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성원과 동반발전이라는 철학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기술을 이용한 한양 라이브(HY-Live) 강좌입니다. 이제 한 캠퍼스에 있는 좋은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에서 안산으로 혹은 반대로 이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대학이 가진 최고의 전문가들이 양 캠퍼스에서 동시에 교육할 기회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다른 변화는 바로 화상회의실 구축입니다. 화상회의실이 생기면서 교육뿐 아니라 행정 업무에서도 양 캠퍼스 간 활발한 교류가 생겼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특위에서 동반발전을 위한 고민을 하고 전략을 짠다고 보시면 됩니다.

Q. 공학대학과 다른 단과대학 사이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PRIME사업이나 BK사업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요가 있는 학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살펴보면 공학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공학대학이 실질적으로 특혜를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우리 대학뿐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나타나는 것을 본다면 사회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학대학이 아니더라도 인문학도 사회의 요구에 맞게 개편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도 이런 인문학을 어떻게 시대에 맞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Q. 부총장으로서 앞으로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대학을 사회에 힘이 되는 대학,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학교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은 결국 대학이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고 봅니다. 또 지금까지는 결과를 내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면 앞으로는 가치와 의미를 찾는 대학이 되길 바랍니다. 대학평가에서의 좋은 성과 같은 표면적인 성공보다 성숙한, 내실있는 대학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ERICA캠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우리 ERICA캠을 ‘미운오리새끼’라고 표현합니다. ERICA캠의 시작은 지방의 작은 분교였습니다. 고작 800명으로 시작한 작은 분교였는데 지금은 전혀 다르게 성장했습니다. ERICA캠은 우리 대학만의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 자만에 빠지거나 좌절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ERICA캠 구성원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정주엽 기자 jooyup100@hanyang.ac.kr
도움: 오수정 기자 sujeong502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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