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협을 아시나요?
의료사협을 아시나요?
  • 오수정 기자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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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의 건강을 함께 도모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규모 커지고 있지만 적자, 낮은 인지도 등의 어려움 겪어

최근 건강‧복지 증진을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과 더불어 건강 관련 문제를 공동체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건강공동체 수용에 대한 대국민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85.1%가 주민과 전문가가 서로의 건강을 위해 함께함을 뜻하는 건강공동체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렇듯 ‘건강 증진을 위한 공동체의 필요성’에 관한 고민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이와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이다. 의료사협이란 공익을 목적으로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협동해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뜻한다. 의료사협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지역사회에 공공의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을 말하며 영리목적이 아닌 사회서비스를 원활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의료사협의 설립에는 대학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안성에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하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은 안정적 의료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학생들은 지역 주민과 의료인의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민앵<한국의료사협> 상임이사는 “당시 의료봉사를 하던 학생들과 도움을 주었던 안성의료사협 이인동 원장, 그리고 기독 청년의료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의료사협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의료사협의 조합원과 출자금을 나타낸 그래프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의료사협의 조합원과 출자금을 나타낸 그래프다.

의료사협은 1994년 안성을 시작으로 △서울 △안산 △인천 등의 지역으로 확장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개의 의료사협 회원조합이 있으며 설립 준비 중인 조합도 4곳이다. 가입 조합원 수도 크게 증가해 2013년 약 3만3천 세대던 조합원 수는 2018년 약 4만5천 세대로 증가했으며 2019년 목표 조합원은 약 4만8천 세대다. 출자금도 큰 폭으로 증가해 2013년 약 55억 원이던 출자금액은 2018년 약 138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하는 의료사협 규모에 대해 이영록<안산의료사협 조합사업부> 부장은 “최근 커뮤니티 케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건강과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의료사협이 초기부터 해왔던 활동이나 지향이 사회적 요구와 일치하면서 의료사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사협은 일반 병원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 의료 체계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의료사협은 공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반 병원의 소유와 운영은 의료인이 전담하지만, 의료사협은 주민과 의료인이 조합원으로 출자해 소유와 운영을 함께 하는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다. 따라서 의료사협은 조합원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치료 중심의 일반 병원과 달리 의료사협은 질병의 예방과 조기 치료에 힘쓰고 있다. 모든 환자가 건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항생제 처방을 최소화한 의원의 진료를 통해 조합원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주치의 제도를 운용한다. 주치의제도는 조합원을 담당 의사가 맡아 진료 및 건강관리 함을 말하며 주치의는 자신이 맡은 조합원의 병력을 평생 관리하고 건강교육 등을 제공한다. 

의료사협은 취약계층 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 병원 사업량의 40%를 의무로 의료취약계층에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방문 진료를 진행하거나 △난치질환 △장애인 △한부모가족 등은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민 상임이사는 “조합원과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의료사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의원은 할 수 없는 것들이 의료사협에서는 가능하다”고 전했다.

의료사협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조합원의 출자금과 이익잉여금으로 얻게 된다. 조합원은 법적으로 1인당 5만 원의 출자금을 기본으로 내며 매월 1만 원이나 그 이상을 자발적으로 정기 출자한다. 그 외의 수익은 의원 등의 사업소 운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료사협은 적자를 겪고 있다. 의료사협의 운영은 이익 추구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잉여금이 많지 않고 의료 사업소 확장을 위해 들어가는 돈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민 상임이사는 “적자 극복을 위해 조합원의 노력과 민간이 공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부분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민 상임이사는 “의료사협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의료사협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는 낮아 동참을 끌어내는 데 한계를 겪고 있다”며 의료사협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민 상임이사는 “건강을 이슈로 하는 의료사협은 협동과 신뢰의 사회를 확장하는 길”이라며 “많은 사람이 건강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의료사협의 활동을 지지하고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케어: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본래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독립생활 △돌봄 △보건의료 △요양 △주거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의미한다.

도움: 민앵<한국의료사협> 상임이사
이영록<안산의료사협 조합사업부> 부장
고다경 기자 dakyung3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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