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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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문화테마 ‘광장’
광장은 오늘도

우리에게 ‘광장’은 어떤 의미인가. 광장에서 우리는 서로의 같고 다름을 확인한다. 우리는 민주화 투쟁과 촛불집회의 경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광장에서 연대감을 느끼기도 하고, 최근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뉜 광장에선 뼈아픈 분열을 목격하기도 한다. 

개관 50주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연대와 분열의 ‘광장’을 주제로 3부의 전시와 한 권의 단편 소설집을 기획했다. ‘광장’이 미술관 안에서 재현되는 방식과 소설 속 작가들이 말하는 광장의 의미를 살펴보며 화합하는 공동체를 상상해보자.

지금 여기, ‘광장’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3부’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3부’는 동시대의 광장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비디오 △사진 △설치물 등으로 보여준다. 광장하면 떠올리는 집회 현장과 같은 식상한 재현에서 벗어나 △국제화 △디지털화 △환경 문제 등을 다루며 일상이 정치와 얼마나 밀접한지 밝힌다. 이를 통해 전시는 광장이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함양아 작가의 작품은 광장 위에 거대한 관계망으로 뒤얽힌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전시가 광장을 다채롭게 재현한 점은 매력적이지만 연대 구축의 방법과 우리가 지향해 갈 광장에 대한 상상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다.

미술관 자체를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인 점 역시 흥미롭다. 미술관 복도의 ‘당신을 위해 비워진; □ 미술관’ 코너에선 대중에게 미술관의 의미를 인터뷰한 비디오를 볼 수 있다. 미술관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문해본 점이 인상적이다.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3부’는 내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오는 17일부터는 과천관과 덕수궁관에서 각각 1부와 2부를 관람할 수 있다. 만 25세 미만이거나 학생증을 제시할 경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사진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당신에게 광장은?
책 「광장」

촉망받는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책 「광장」은 전시 ‘광장: 미술과 사회 3부’에 비해 광장에 대한 낙관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책의 작가들은 차이가 대립하는 각축장인 광장의 모습을 포착하면서도, 함께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지평을 그린다.

책 속 소설들은 서로 이어져 광장의 거대한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이상우 작가는 광장의 다양한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묘사 속 사람들은 박솔뫼 작가가 표현하는 것처럼 몸을 부딪치며 공을 주고 받는데, 이 상황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서로 달라도 소통이 가능하단 걸 보여준다. 

윤이형 작가는 메신저 단체채팅방 속 분위기를 긴장감 넘치게 재현하며 광장에서조차 소외된 존재가 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점에 유의할 때,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광장은 김초엽 작가가 SF 상상력으로 창조해 낸 ‘모그’란 존재의 아름다운 몸짓을 볼 수 있는 곳이 된다. 

한편 김혜진 작가와 김사과 작가는 광장이 사랑이나 생명의 탄생과 같은 개인적인 사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며 축소될 수 없는 광장의 강력한 의미를 되새긴다.

당신에게 광장은 어떤 곳인가. 광장의 의미에 관해 책 「광장」을 읽으며 생각해보자.

사진 출처: 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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