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배구 정상 탈환,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다
대학배구 정상 탈환,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다
  • 노승희 기자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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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웅 배구부 감독, 선수단

▲ 지난 3일 올림픽체육관에서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양진웅 감독의 모습이다.

우리 대학은 V-리그 10주년 올스타 7명 중 3명을 배출할만큼 배구계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대학배구 전통의 강호라는 명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9 KUSF 대학배구 U-리그’ 정상에 오르며 평가를 뒤집었다. 그렇지만 이런 성과는 단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2017년 부임한 양진웅 감독의 열정적인 지도와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전국대학배구 청양대회 우승으로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리그 정상 탈환에 성공한 우리 대학 배구부,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 지난달 7일 우리 대학 배구부가 인하대를 꺾고 ‘2019 KUSF 대학배구 U-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우승 확정 후 코트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배구부와 선수 가족의 모습이다.

‘원팀’이 우승의 원동력
올 시즌 리그 우승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 감독은 단연 되찾은 자신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작년 청양대회 우승 이후로 선수들이 ‘우리도 열심히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양 감독은 팀 분위기도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팀 스포츠에서 개개인의 실력만큼이나 팀 분위기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양 감독은 배구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배구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신발 끈 묶고 코트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배구만 생각하라고 이야기해요. 그 대신 배구장 밖에서는 선수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합니다.”

같은 질문에 선수들도 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주장으로 팀의 우승을 이끈 김지승<예체대 스포츠산업학과 16> 선수는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 돼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장인 만큼 김 선수는 장영기 코치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코치님께서 감독님이 일일이 챙기기 어려운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정신적으로 많이 힘이 돼 주셔서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팀의 에이스로 올 시즌 리그 득점 1위에 오른 홍상혁<예체대 체육학과 17>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동계 훈련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계 훈련에서 힘든 와중에 선수들과 마음속의 이야기를 하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배구는 특히 선수들끼리의 합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점이 경기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우승을 거둔 배구부지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홍익대학교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마지막 경기까지 1위를 확정 짓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인하대학교와 중부대학교가 끈질기게 추격했다. 

양 감독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홍익대와의 경기에서 이겼으면 후반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죠. 그런 압박감 때문인지 그날 경기가 잘 안 풀렸어요. 어떻게 보면 그 경기 때문에 마지막 인하대와의 경기까지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팀을 바꾼 ‘쓴소리’와 ‘기본기’
양 감독도 우리 대학 배구부 출신이다. 감독으로 모교로 돌아오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 대학 배구부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자신이 있었던 모교로 돌아오는 건 운동선수로서는 큰 영광이죠. 하지만 앞선 감독님들과 선배들이 쌓아놓은 한양대 배구부의 이미지가 다소 퇴색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우승 문턱에 가지 못한지도 오래돼 선수단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런 분위기를 바꿔 놓기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어요.”

기본기는 양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그 중요성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한다. “기본기가 없으면 공을 아무리 잘 때려도 배구를 잘할 수 없어요. 경기 중 어떤 상황에도 대처하기 위해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훈련 때마다 기본기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지도하려고 합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양 감독 덕분에 선수들은 우승을 위한 기본기를 닦을 수 있었다.

대학 팀은 선수를 지도해서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결과 역시 외면할 수 없다. 양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 전념해달라고 하지만 감독으로서 결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요. 지도와 성적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올 시즌 세터로 활약한 주장 김지승 선수는 후배들에게 애정 섞인 조언을 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게을리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대학 배구부는 전국체전에서 이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지난 5일 열린 경기를 시작으로 또 한 번의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배구부가 명가를 재건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지켜보자. 한편 김 선수와 홍 선수는 지난달 있었던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얼리 드래프트를 통해 홍 선수는 전체 2순위로 지명되는 쾌거를 이뤘다. V-리그에서 두 선수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얼리 드래프트: 대학에 소속된 운동선수가 졸업하기 전인 2학년이나 3학년에 프로팀에 입단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도움: 김종훈 기자 usuallys18@hanyang.ac.kr
사진 제공: 한양대학교 스포츠매거진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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