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A캠 2020-2023 교육과정 반대의 목소리 이어져
ERICA캠 2020-2023 교육과정 반대의 목소리 이어져
  • 고다경 기자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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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의무이수 학점 축소로 학생 전문성 약화 우려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 미흡해

ERICA캠퍼스 교육과정이 2020학년도부터 개편된다. 개편된 교육과정은 2020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은 개편된 교육 과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은 개편된 교육과정으로 인한 학생들의 전공 관련 전문성 약화 가능성과 교육과정 개편 과정 중 학내 구성원 의견 수렴 절차 과정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학생들의 전공 관련 전문성 약화 문제는 개편된 교육과정 내용 중 전공 과목 의무이수 학점 축소와 필수로 지정된 전공 핵심 폐지와 관련 있다.

전공 과목 의무이수 학점 축소는 단과대 별로 다르다. △공학대 △과기대 △국문대 △디자인대 △예체능대의 경우, 전공 과목 의무이수 학점은 기존 66학점에서 60학점으로 줄어든다. 경상대와 언정대는 기존 60학점에서 54학점으로 축소된다. 소융대와 약대는 기존 전공 의무이수 학점인 75학점과 150학점이 그대로 유지된다. 공학대 건축학전공 및 일부 야간, 계약학과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따른다. 전공 과목 의무이수 학점 축소 배경에 대해 김명기<교무처 학사팀> 팀장은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전공 교육에 치우쳐 있다”며 “균형 잡힌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의무이수 학점을 줄임으로써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팀장은 “주전공 관련 졸업 의무이수 학점을 낮춰 교양이나 다중전공을 장려해 융복합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의 전공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약화할 수 있다. 교수평의원회(이하 교평) 평의원 오제훈<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기존 우리 학교의 깊이 있는 전공 교육은 사회 진출 후에 학생들의 경쟁력과 원동력이 됐다”며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전공 학점이 줄어 비교적 수월하게 전공 학점을 이수하는 것은 부실한 전공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평 평의원 박경진<디자인대 테크노프로덕트디자인학과> 교수도 “융복합교육은 주전공에 대한 전문성이 쌓여야 이뤄질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주전공 교육이 기반돼야 한다”며 전공 과목 의무이수 학점 축소를 반대했다.

필수로 지정된 전공 핵심 폐지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 교육과정의 전공 과목은 △기초 필수 △전공 심화 △전공 핵심 △필수로 지정된 전공 핵심으로 구분된다. 개편된 교육과정에서는 필수로 지정된 전공 핵심이 폐지됐다. 이에 관해 오 교수는 “필수로 지정된 ‘전공 핵심’ 과목이 없어지면 전공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학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한 오 교수는 “학교 측에서 전공 필수 과목 지정이 필요한 과는 사유서를 제출하면 전공 필수 과목 지정을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전공 필수 과목 폐지가 기본 원칙인 만큼 다음 교육과정에는 어떻게 개편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개편 관련 의견 수렴 절차 과정에서의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교육과정 절차는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교육과정 연구소위원회 운영 △2018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교육과정 편성지침 준비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교육과정 연구위원회 운영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언정대를 제외한 단과대학 학장 및 학과장 간담회 진행 △지난 6월 12일 총학생회 좋은수업만들기TF(이하 좋은수업 TF) 간담회 진행 △지난 6월 20일 교육과정 공청회 개최 △지난 7월 25일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 교육과정 설명회 개최 순으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반적인 교육과정 관련 설문 조사와 세부적인 요구사항 파악을 위한 학과 단위의 설문 조사가 이뤄졌다.

이처럼 약 11개월에 걸쳐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은 약 3개월 동안만 이뤄졌다. △교육과정 공청회 △대평 교육과정 설명회 △좋은수업 TF 간담회의 절차가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박 교수와 오 교수 모두 “의견 수렴 절차는 있었지만, 형식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평교수는 지난 6월에 처음 각 학과장으로부터 교육과정 개편내용을 전달받았고, 이후 진행된 공청회에서 전달한 의견 중 제대로 수렴된 것은 없다”며 의견 수렴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총학생회장 송현규<경상대 보험계리학과 16> 씨도 “학교와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지만, 교육과정 개편 일정에 맞춰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에 전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실질적으로 다양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내용이 확정되기 이전의 의견 수렴 절차가 중요하다. 오 교수와 송 씨는 “교육과정 개편은 학교 구성원들이 이에 관해 인지하고 소통한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여 오 교수는 “교육과정은 교수 전체 대표 기구인 교평과 논의해야 하고, 교육과정 개편 확정 이전 학내 각 구성원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 교수와 오 교수는 “교육과정은 모든 단과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단과대별 특성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해 김 팀장은 “이번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난한 의견 수렴 과정은 바람직한 교육과정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며 “다음 개편 시에는 관련 사안을 사전에 학교 구성원과 공유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적되는 변경 사항 이외의 교육과정 개편 내용은 △교양 의무이수 학점 수 확대 △교양 필수 교과목 신규 지정 △다전공생이 다전공학과 전공기초 이수 시 전공학점 인정 △전공, 교양으로의 과목 구분 이원화 △‘전공 심화’ 졸업 의무이수 학점 도입 △캡스톤디자인 교과목으로 취득 가능한 ‘산학협력영역’ 이수 학점 제한이다.

교육과정은 학교 전반적인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만큼 다양한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원활한 소통과 타협을 통한 바람직한 교육과정이 편성되길 바란다.

도움: 오수정 기자 sujeong502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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