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우리 문화재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우리 문화재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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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훈민정음 해례본이 문화재청 소유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훈민정음 해례본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15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배익기 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훈민정음 해례본의 손실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처럼 전국 곳곳에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문화재들이 존재한다. 

화재 위험에 처한 문화재
우리나라 문화재는 불에 타기 쉬운 목조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문화재 화재 건수는 총 48건으로 해마다 평균 4개가 넘는 문화재가 불에 타고 있다. 매년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안전장치가 미비해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방재 시설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4월 강원도 신흥사 부근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로 인한 매캐한 연기가 신흥사를 덮쳤다. 비록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제대로 된 방재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위급한 상황이 펼쳐졌다. 문화재청과 신흥사에 따르면 신흥사 극락보전에는 △방수 총 △소화기 △소화전이 설치돼 있었지만, 경보시설이나 CCTV 설치 및 방염제 처리가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초기 대응에 어려움이 있던 상황이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중요 목조 문화재 (△국가 민속 문화재 △국보 △보물 △사적) 총 437개 중 138개(약 37%)에 화재 발생 시 소방관서에 자동으로 화재를 알려주는 시스템인 자동화재 속보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화전이 설치되지 않은 중요 목조 문화재도 약 14%에 달했다. 소화전은 필요한 용수를 제때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화전 없이 소방차 적재 용수만으로 대규모의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동 화재 속보 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CCTV로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KBS의 지난 4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주요 목조 문화재는 전체 437개 중 83개(약 18.9%)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CCTV가 설치돼 있다고 해도, 40만 화소 이하의 저화질 장비가 전체 3천264개 가운데 645개(약 19.7%)에 달했다는 것이다. 40만 화소는 2G 휴대전화 카메라보다 못한 화질로 캄캄한 밤의 경우에는 불씨와 연기를 제대로 식별하는 것조차 어렵다.

선택받지 못한 문화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 주차장에는 통일 신라 시대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는 석탑이 하나 있다. 하지만 석탑은 보존되고 있기는커녕 상륜부가 훼손돼 사라졌고, 주변에는 잡초와 폐목재만 가득하다.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 주차장 내 통일 신라 시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이 있다.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 주차장 내 통일 신라 시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이 있다.

비지정 문화재인 이 석탑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의해 전혀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비지정 문화재란 지정·등록 문화재와는 다르게 문화적 가치가 지정·등록 문화재에 비해상대적으로 부족해 지정·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다. 이는 지정·등록되지만 않았을 뿐, 보존할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다. 하지만 지정 문화재와는 달리 당국의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보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 곳곳에는 이처럼 방치된 문화재들이 많다.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엄격한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문화재 관리 부실의 이유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 보수 및 복원 과정 중 연구 단계에서도 일정 수준의 비용이 요구된다.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선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충분한 토론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예산 부족 문제로 그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올해 문화재청의 예산은 9천7억5천5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2.3% 상승했지만, 여전히 정부 예산의 1%도 채 되지 않는 0.19%에 머물고 있다. ‘OECD 주요 국가의 문화재정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문화재정은 30개 국가 중 27위다.

문화재를 담당하는 인력 역시 부족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국 17개의 광역지자체 중 문화재 전담 부서가 있는 곳은 △부산 △서울 △인천 등 10개뿐이다. 기초 지자체 226개 중에서는 △공주 △부여 △수원 등 12개에 그친다. 문화재를 관리할 인원 역시 1천6백여 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 4천641개에 달하는 국가지정·등록 문화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행정 상 하위로 밀려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문화재 관련 인력이 부족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 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는 행정기관이나 관리체계에서 하위로 밀려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인식, 예산, 인력에서도 하위로 밀려난다”며 현 문화재 관리 실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문화재 보존에 더 많은 지원을
문화재 보존 사업과 전문 인력이 확대되려면, 재정 규모도 늘어야 한다. 문화재 예산은늘고있지만 여전히 OECD 주요 국가의 10년 전 문화재 예산 수준인 0.3%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무엇보다도 예산 액수의 증가와 함께 문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재운<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과거의 유산이 세월의 무게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오늘우리의 의무”라며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다. 한번 소실되면 그 가치를 완전히 되살릴 수 없는 만큼 우리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 황평우<한국문화유산 정책연구소> 소장
이재운<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사진 출처: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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