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菜食)에서 채식(菜式)으로
채식(菜食)에서 채식(菜式)으로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10.07
  • 호수 150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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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발표된 한국채식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 명 정도로, 2008년 16만 명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채식 전문 식당 역시 전국 기준 2010년 1백50여 곳에서 2018년 3백50여 곳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환경과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확대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 생명에 관한 윤리의식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식습관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환경과 동물에 관한 담론이 사회적 가치로 부상하면서 채식 관련 사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증가하는 채식 인구를 겨냥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채소와 경제를 합친 신조어로, 채식 시장을 뜻하는 ‘비거노믹스’의 총규모는 최근 3년 새 연간 50% 이상 성장해 2조 원 대에 육박한다. 비거노믹스의 확대로 유통업계는 식물성 원료인 콩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식물성 대체육류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거노믹스는 이렇게 먹거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채식 시장은 먹거리를 넘어 일상생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제조된 생필품이 비거노믹스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화장품의 경우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 제품인지 여부가 소비자 선택의 주요한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크루얼티프리란 제품 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환경과 동물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 크루얼티프리 인증마크 유무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얼티프리 화장품을 보유한 주요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크루얼티프리 화장품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약 6.3%의 성장세를 보였다. 

크루얼티프리 인증 로고의 모습이다.
▲ 크루얼티프리 인증 로고의 모습이다.

비거노믹스의 확대는 먹거리로 그 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덕분에 가능했다. 채식 식단을 지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 소비자에게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 가치에 관해 대체로 사람들이 동의하긴 하지만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먹거리를 바꾸는 대신 다른 쉬운 참여 방식부터 선택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거노믹스가 확대되기 위해선 보완돼야 할 점도 있다.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실험과 천연 자연원료를 이용한 제조방식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비싼 경우 소비자는 구매 시 망설일 수밖에 없다. 

품질 측면에서도 크루얼티프리 화장품의 경우 피부 보정 효과나 피부색 선택지가 기존 제품만큼 좋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비거노믹스가 보다 확대되기 위해선 기존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품질과 가격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나날이 확대되고 발전하고 있는 크루얼티프리 생필품의 선택으로 채식(菜式) 생활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사진 출처: 크루얼티프리 인터네셔널, PETA, C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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