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기자에게 ‘기자’라는 길을 묻다
김민수 기자에게 ‘기자’라는 길을 묻다
  • 이예종 기자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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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신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김민수<신문방송학과 07> 동문이다.

‘기자’라는 길을 한발 앞서 걸어간 사람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본지 학술부 출신 동인으로 현재 MBN 경제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수<신문방송학과 07> 동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동문은 기자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자신의 기자 생활을 하나의 이정표로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아낌없는 조언을 전했다.

Q. 학보사 활동이 현재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기자 현업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기성 언론에서 취재와 기사를 작성하는 체계는 사실 학보사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별다른 경험도 없는 신입 기자라면 처음에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막막해한다. 그러나 학보사 활동을 해본 기자들은 이미 적지 않은 경험이 있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언론사의 업무 강도에 놀라고 스트레스를 받는 기자도 많은데, 학보사 활동을 했던 기자는 대부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Q. 학보사 기자와 기성 언론사 기자 간에 차이점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학보사 때는 내가 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기성 언론 기자가 되면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학보 시절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취재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만약 기자가 원하는 기사만 쓰고 싶다면, 언론사를 직접 차려야 하지 않을까.

Q. 경제부만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
경제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현상을 취재한다. 예를 들어 ‘금리를 내렸다’ 또는 ‘경제가 좋지 않다’와 같은 경제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이다. 경제부 기자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지만, 실생활에서 직접 체감하는 것을 전달한다. 경제가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주가나 제조업지수, 물가지수 등의 경제지표를 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

Q. 기업정보를 얻기 쉬운 ‘경제부 기자’라는 지위를 악용하는 기자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그건 범죄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얻은 것을 토대로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자는 단지 이를 위해 질문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이양받은 공적인 존재다. 기업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부 기자의 권한 역시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우선시한다는 믿음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 권한을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Q. 대학신문에 경제부가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에는 경제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성 언론은 수많은 경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경제부를 따로 편성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대학사회는 경제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닌 학문을 위한 공간이다. 학보사는 이런 곳에서 생기는 사건·사고를 취재한다. 그러다 보니 학보사는 경제 분야에 대한 접근이 기성 언론에 비해 쉽지 않아 경제 기사를 쓰지 않는 것 뿐이다.

Q. 기자는 ‘워라밸’이 없기로 유명하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한가.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지만, 평기자 입장에선 변한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수습기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수습기자는 관행적으로 모두 사회부에 소속된다. 일종의 훈련을 위한 것인데 주 52시간제 시행 전에는 경찰서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 내내 사건·사고를 취재해야 했다. 이를 일명 ‘사쓰마와리’라고 불렀다. 반면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수습기자도 출·퇴근을 한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Q. 언론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인턴 활동과 학보사 활동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추천할지 궁금하다.
기자를 진로로 생각하면서 인턴 활동과 학보사 활동을 고민하는 중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학보사를 추천한다. 물론 그냥 흥미로 언론사를 경험해보겠다는 목적으로 인턴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본인이 만약 기자를 진지한 길로 생각한다면 꼭 학보사 활동을 해보기 바란다. 학보사 활동에서 얻는 것이 훨씬 많다고 장담할 수 있다.

Q. 최근 언론이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따로 대비해야 할 것이 따로 있는가.
물론 언론사 기자가 되려면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취재부터 편집, 영상·시각화 등을 모두 혼자 해야 한다고 고민하거나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단언컨대 기자를 준비한다면 다른 것보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자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자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머릿속에 쌓여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보는 눈도 좋고 글도 잘 쓴다. 양질의 콘텐츠는 바로 이런 사람에게서 나온다. 기사 내용이 좋다면 기사를 가공한 콘텐츠 역시 좋다. 튼실한 내용이 없는 기사는 어떻게 가공해도 좋은 콘텐츠가 되지 못한다. 만약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 된다면 한양인 권장 도서부터 읽기 바란다.

Q.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있어서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 중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경험에 비춰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도로교통공사’에 출입하고 있는데, 최근 수납원들이 직접 고용과 관련해 도로교통공사를 대상으로 농성을 진행했다. 도로교통공사는 이미 자동으로 통행료 수납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어 직접고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냉철한 이성으로 이 사건을 본다면 도로교통공사가 수납원을 고용하지 않는 결정은 지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이번 명절에 수납원분들이 추석 차례를 파업 농성장에서 지내는 것을 보며,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런 상황처럼 기자가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정말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기자의 판단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독자에게 판단을 맡겨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도움: 김민주 기자 mjeve9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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