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없는 깨끗한 학교를 원합니다
비리 없는 깨끗한 학교를 원합니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학비리 근절 위해선 사학법 개정 필요해

 

지난 7월 4일 교육부와 *사학혁신위원회(이하 사혁위)는 65개 사립대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35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와 3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회계감사에서 총 755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종합감사에서 금전 비리가 233건 적발돼 종합감사 지적사항의 과반을 차지했다. 회계감사에서는 인건비·수당 등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사례가 66건으로 전체 314건 중 21%를 차지했다.

이에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 지난 7월 9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개최해 연세대를 시작으로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 중 학생이 6천 명 이상인 학교 16개교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시작했다.

 

무용지물 비리 처벌 조항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선 철저한 감사와 함께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현 사학법으로는 비리를 저지른 임원과 교원을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혁위에 위원으로 참여한 하주희 변호사는 “감사를 통해 비리를 적발해도 현 사학법에는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돼있지 않아 처분이 어렵다”며 사학법 및 사학법 시행령의 개정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사학법 제20조의2 제2항(임원취임의 승인취소)은 △회계부정 △횡령 △뇌물수수 등 비리의 정도가 큰 경우, 해당 임원을 바로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리의 정도가 큰 경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이 조항은 실제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사혁위를 통해 회계부정 등의 기준 액수를 권고했다”며 “처벌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학비리 잡는 사학법 되기 위해선
사학법은 부정 비리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문제 외에 다른 문제도 갖고 있다. 현재 사학법에 의거해 공개된 사립대 정보로는 이들의 비리를 찾아내기 역부족이다. 사혁위의 종합감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중, 금전 비리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 인사 비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사 비리는 임명을 심의·의결하는 이사회의 개입 또는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혁위는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설립자 및 친족이사에 의한 족벌경영을 꼽았다. 하 변호사는 “족벌경영의 정도를 나타내는 표지로서 임원 간 친족 관계와 임원과 친족 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사학법 아래에서는 학교가 이사회 회의록을 삭제해 자신들의 의결 과정을 숨길 수 있다. 사학법 시행령 제8조의3(회의록의 공개기간 등)은 모든 회의록 공개 기간을 회의록 게시 후 최소 3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은 이사회 회의록을 3개월 후에 삭제할 수 있다”며 현 사학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임 연구원은 “회의록이 삭제된다면 외부인은 이사회 의결에 관한 세부 정보를 알 길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사혁위는 이사회 회의록 공개 의무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 임 연구원은 “교육과정 단위가 4년이듯 이사회 회의록을 참고해야 하는 문제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발견되기도 한다”며 “사혁위가 권고한 1년도 짧다”고 말했다.

사학법은 사립대 내부비리를 제보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갖고 있다. 하 변호사는 “사립대 비리는 내부제보를 통해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부비리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행 사학법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립대 내부비리 신고자를 보호할 수 없다. 임 연구원은 “대부분의 공익제보자가 재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공익제보자에 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도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학법을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공익제보자 보호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외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를 강화하는 것도 내부비리 신고자 보호의 방법 중 하나다. 국립대와는 달리 사립대의 경우 심사위의 판결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임 연구원은 “사립대 역시 국립대처럼 심사위의 결정을 강제로 이행하도록 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렴한 학교를 위한 한 걸음
교육부는 ‘8월 안으로 사혁위의 권고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발표된 것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법 개정에 관해 관련 부처와의 논의가 늦어졌다”며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감사를 통해 사립대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가 정확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관된 감사 지침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동시에 하 변호사는 “이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 사학법의 빈 곳을 발견하고, 사학법 개정 방향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저한 감사와 사학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사립대는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닌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적 기관이다. 사회적 기관인 만큼 이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사학법 개정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학혁신위원회: 교육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사립대의 공공성과 책무성 향상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등 여러 전문가로 구성된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교원의 지위와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의 징계처분 혹은 불합리한 처우를 심사하는 기관이다.

도움: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하주희 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