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 홈족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등장, 홈족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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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하는 그들, ‘홈족’이 등장했다. 홈족이란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집을 주거의 목적만이 아니라 취미와 여가생활을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예전엔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며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이들이 스스로를 ‘홈족’이라 부르며 그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 1천62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스스로를 홈족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집으로 옮겨온 카페와 헬스장

홈족 문화의 대표적인 예로 ‘홈카페(home+cafe)’와 ‘홈트레이닝(home+training)’이 있다. 홈카페란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 먹는 문화를 일컫는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 믿을 수 있고, 취향에 맞게 원하는 맛으로 음료를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많은 사람들이 홈카페 문화에 빠져들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홈카페 계정 ‘@veranda_homecafe’을 운영하는 A씨는 “홈카페는 카페에 팔지 않는 음료를 만들거나 시중에서 파는 음료를 입맛대로 제조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A씨처럼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은 혼자 집에서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의 음료나 디저트를 SNS상에 올리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한다. 인스타그램에 ‘홈카페’라고 검색하면 대략 1만7천 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올 정도다.

이제는 헬스장에도 굳이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비싼 값을 주고 헬스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운동을 즐기는 홈트레이닝이 대세다. 유튜브에 홈트레이닝을 검색하면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부위별 운동법은 물론, 각자의 목표에 맞는 운동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 시청할 수 있다. 과거 운동법이 담긴 비디오를 구매해 운동한 것과 다르게 이젠 돈을 내지 않고도 원하는 영상을 보며 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예로 유튜버 ‘땅끄부부’는 163만 명(9월 20일 기준)의 구독자를 보유한 홈트레이닝계의 셀럽이다.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알려주는 땅끄부부의 ‘칼소폭’ 영상은 1천33만 회(9월 20일 기준)라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홈족을 잡아라, ‘홈코노미’가 뜬다

홈코노미란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집안에서 경제 활동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홈족 문화의 유행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홈카페는 단순히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예쁜 그릇과 잔을 사서 카페처럼 꾸미는 재미가 쏠쏠해 각종 용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었다. 포털 사이트에 홈카페를 검색하면 각종 잔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즐비하다. 홈카페를 전문으로 한 유튜브 채널과 책, 그리고 원두를 집으로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사업도 나왔다.

홈트레이닝의 인기 추세에 따라 여러 기업에서는 홈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앱을 이용하면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운동 할 수 있고, 헬스 트레이너가 집으로 직접 와 코칭을 해주기도 한다. 흔히 아웃사이더로 여겨지던 ‘집돌이·집순이’가 이제는 소비 시장의 중심이 된 것이다.
 

홈족, 그들은 어떻게 등장했나

전문가들은 홈족의 등장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꼽는다. 우선 경제 성장 둔화가 홈족 확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출 시 돈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집에서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홈카페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원두의 경우, 집에서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커피를 뜨거운 물에 천천히 내려 마시는 브루잉 커피는 일반적으로 1잔 기준 15~20g의 원두를 사용하는데, 집에서 1만 원대의 원두 200g이면 커피 10잔을 마실 수 있다. 카페에서 파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을 3천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집에서 내려 마시는 경우,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셈이다.

각종 온라인 매체의 발달도 홈족 문화가 유행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배달앱 △장보기 앱 △OTT 등의 서비스는 ‘홈족의 동반자’다. 기술의 발달로 집을 나서지 않아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마트에 직접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 장보기앱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빠르게 배송받는 게 가능해졌다. 배달 앱 성행도 홈족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집에서 어느 음식도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배달앱 이용자 수는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약 2500만 명에 이르며 5년 만에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상린  <경영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매체의 확대로 집에서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편안하게 많은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 홈족 문화 확대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집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홈족 문화 확산에 한몫 했다. 이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상대적으로 받지 않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렇듯 집에서만 활동하려는 경향에 대해 임 교수는 “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경쟁과 협동이라는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관계의 망을 넓히고 공동체를 꾸려왔다”며 “홈족 문화에 대해 큰 우려는 없지만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약화되고 사회관계의 망을 좁혀 공감과 연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는 ‘집돌이·집순이’, ‘방콕’ 등의 단어가  ‘홈족’, ‘홈캉스’로 대체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단어 교체가 아닌 집과 휴식에 대한 개념의 변화다. 

집은 이제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인 동시에 휴식처로 그 의미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신은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도움: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상린<경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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