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딛고 미래로 향하는 고려인, 최 엘레나
과거를 딛고 미래로 향하는 고려인, 최 엘레나
  • 이예종 기자
  • 승인 2019.09.08
  • 호수 1499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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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情)과 한옥 그리고 배우 이민호. 모두 최 엘레나<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7> 씨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유학 온 고려인인 그녀는 인터뷰 동안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한국 생활기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태어나기 전부터 연결된 한국과의 연을 이어가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 들어보자.

한대신문과 최 엘레나 씨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대신문과 최 엘레나 씨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이다.

Q. 학교생활은 어떤지?
한국언어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처음 학교에 다닐 때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고마운 마음뿐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매 학기 있는 학술답사다. 다녀온 곳 중에선 경상남도 하동에서 본 한옥과 박경리 토지 문학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런 한옥에서 우리 조상들이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참 반가웠다. 

Q. 자신의 역사를 잘 아는가? 한국으로 유학 온 과정이 궁금하다.
사실 나도 잘 알지는 못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1937년쯤에 우즈베키스탄으로 갔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래도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은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언어와 역사, 문화를 공부하고 싶었다.

Q. 한국어를 공부한 과정도 궁금하다.
할머니가 옛 한국어를 쓰시곤 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중학교 때 한글을 혼자 공부해봤다. 읽을줄은 알았는데 의미를 몰라 사실 공부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유학 오기로 했다. 내가 쓰던 말로는 ‘ㄴ’이나 ‘ㅇ’받침을 발음할 수가 없어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조차 어려워 전화하기도 꺼렸었다. 학교 한국어학당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어 이젠 나름 자신 있다(웃음).

Q. ‘고려인청소년봉사단’ 단장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일들을 하는지?
고려인 청년들끼리 모여 한국의 역사와 고려인의 역사를 배우고, 단원경찰서와 함께 경찰단으로서 마을의 안전도 지킨다. 또 우리는 한국어가 어느 정도 되는 편이라 통·번역 도움을 주기도 하고, 어린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부터 빨리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어 문제 때문에 많은 고려인이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Q. 꿈은 무엇인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땐 경찰이나 약사를 생각했었다. 그러다 봉사활동 중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많아 한국어 교사 일을 하고 싶어졌다. 학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어머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떤 분이 “한국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봤다. 고려인이라고 답했더니 그분이 “조상들이 고려 사람인가?”라고 해 고려인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했었다. 여전히 고려인이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많은 고려인 친구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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