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우리가 보고 있는 1위는 진짜 1위일까
[장산곶매] 우리가 보고 있는 1위는 진짜 1위일까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9.08
  • 호수 149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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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포털 사이트 회사를 찾아가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해 항의했다.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 본사를 찾았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소수 집단에 의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항의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조국 관련 검색어 때문이다. ‘조국힘내세요’로 시작된 조국 관련 검색어는 야당 지도부인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자유한국당> 대표 과거 의혹에 관련한 검색어로 이어졌다. 포털 사이트 항의 방문은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렇게 제1야당의 지도부가 포털 사이트 본사까지 찾아간 것은 포털 사이트의 힘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포털 사이트는 그중에서도 네이버와 다음, 두 대형 포털 사이트는 더 이상 단순한 검색 사이트라고 보기엔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 

지난 6월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에 따르면 대한민국 뉴스 소비자 중 절반이 넘는 66%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한다. 다음도 같은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양대 포털이 우리나라 온라인 뉴스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신문사나 방송사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 포털 사이트의 간판격인 실시간 검색어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필자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실시간 검색어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해당 시간에 많은 이용자가 검색창에 입력한 검색어의 순위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관심이 생겨 실제 포털 사이트가 어떤 식으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운영하는지 찾아봤다. 

우리나라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은 서로 다른 이름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 다음은 ‘실시간 이슈 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실시간 검색어와 양대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다.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운영방식 자체는 비슷하다. 두 포털 사이트 모두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검색어 입력 횟수가 증가한 비율이 높은 검색어 순위를 매긴다. 단순히 검색량이 많다고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원칙 하나만으로 실시간 검색어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별로 운영 방침에 따른 검색어 제외 기준이 있다. 네이버 고객센터에 공개된 ‘급상승 검색어 노출 제외’ 기준에 따르면 △개인정보 △명예훼손 △성인·음란성 △불법·범죄·반사회성 등에 해당할 때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검색어가 제외될 수 있다. 

네이버 검색어 제외 마지막 기준은 ‘검색어가 상업적 혹은 의도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다. 다음의 경우 ‘특정 목적을 가진 고의적 검색어 과다 입력 행위’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는 소수집단에 의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어는 알고리즘이 판단한다”며 “사업자가 임의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곱씹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실시간 검색어는 날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처리하고 난 결과라는 것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1위가 ‘진짜’ 1위가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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