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생님은 왜 선생님인가요?
[칼럼] 선생님은 왜 선생님인가요?
  • 하동완<공대 RC 소프트웨어행정팀> 직원
  • 승인 2019.09.08
  • 호수 149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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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완<공대 RC 소프트웨어행정팀> 직원

누구나 호칭 때문에 난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직함이 있는 사람은 직함으로 부르면 된다. 하지만 직함이 없는 사람을 대할 때는 호칭이 마땅치 않다. 언뜻 생각나는 것은 ‘~씨’인데, ‘~씨’는 나와 동등하거나 나보다 아래인 사람에게 쓰는 호칭이라 예의에 어긋날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학교에서 직원을 부를 때 ‘선생님’을 두루 쓰는 이유다.

학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은 직함이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직함 없이 일하다 보니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로 선생님이라고 높여 부르게 되었다. 교수, 강사, 연구원, 일반직, 계약직, 상용직, 용역직 등으로 직급체계가 복잡하게 나뉘어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스러운 대학사회에 자리 잡은 독특한 문화다. 그런데 최근 이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3월 한 행정직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을 일으켰다. “나는 직원인데 조교라고 불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난 조교가 아니니 선생님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 달린 120여 개의 댓글은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하다. “나한테 가르쳐준 게 없는데 무슨 선생님이냐”, “이런 걸 두고 배가 불렀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학과 직원이었으면 내가 가서 싸웠다”

우리 대학은 학과조교 직급을 폐지했으니 행정직원을 조교라고 부르는 것이 잘못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직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이름을 불러주면 정말로 고맙겠지만, 어떤 호칭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말하는 사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의 불만은 ‘선생님’이라는 호칭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학생과 직원의 급이 나뉘는 것이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은 학생으로 불리는데 직원은 선생님으로 불리면 직원과 학생이 스승과 제자처럼 상하관계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이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탈권위 시대에 태어난 지금의 학생들은 이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교·직원 사이에서의 선생님 호칭은 교원과 직원이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표현으로, 대학사회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문화이다. 하지만 이 문화에 권위와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이 많다면,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선생님을 대체할 대외직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에서는 대외직명을 공표했다. 이에 대학사회처럼 선생님 호칭이 일반적이었던 공무원사회에서는 선생님 호칭을 다른 호칭으로 대체했다. 이전까지 별다른 직함 없이 선생님으로 불렸던 6급 이하 공무원들은 이제 주무관으로 불린다. 

우리도 이런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대리급 미만 직원을 위한 대외직명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대외직명을 만들면 직원들에게 번듯한 직함을 주어 자부심을 높이고, 학생들이 느끼는 거부감도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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