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오심을 줄이고 지루함을 택한 VAR
[아고라] 오심을 줄이고 지루함을 택한 VAR
  • 박용진<사진·미디어부> 정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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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사진·미디어부> 정기자

축구 경기 진행 중, 선수들이 심판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네모를 그린다. 바로 비디오 판독을 해 보자는 신호다. 농구, 배구, 야구 등 다른 구기 종목들 보다 경기의 흐름을 중요시하는 축구는 그동안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도입에 있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도입이 미뤄지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월드컵 사상 최초로 도입됐다. 

일명 비디오 보조 심판이라고 불리는 VAR은 순식간에 발생한 상황 때문에 발생 가능한 오심을 줄이고자 축구 경기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주심이 직접 또는 부심이 주심에게 요청하는 경우에만 VAR 판독에 들어간다. △경고 선수 확인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골 △퇴장 △패널티킥 등 네 가지 경우에만 판독을 시행할 수 있다. VAR 도입 이전에는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경기의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일명 ‘신의 손’ 사건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의 골이 핸드볼로 취소됐더라면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국이 될 수 없었을지 모른다. 

이처럼 VAR의 도입은 순간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심의 해결책으로 등장해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축구 경기를 즐겨보는 필자의 입장에서 VAR의 등장은 오심의 감소를 가져온 대신 지루함을 더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축구 경기에서는 경기의 흐름과 분위기가 존재한다. 보는 관중들에게조차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축구 경기에서 VAR은 자칫 경기 흐름을 망쳐 지루한 경기가 되게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VAR 판독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경기 중 12대 이상의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경기를 녹화하고 있기에 VAR을 통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대략 1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1분이라는 시간 동안 긴장감이 넘치던 경기는 차갑게 식어버린다. 경기를 뛰던 선수들과 경기를 보던 팬들 모두 김이 빠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VAR 판독을 거쳤다 해서 경기 결과에 대해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VAR은 경기 중 심판이 놓칠 수 있는 장면을 심판에게 다시 제공한다. 그러나 경고, 퇴장, 패널티킥과 같은 판정은 심판의 주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VAR 판독으로 경기 결과가 바뀐 경기의 경우라도 경기가 끝난 후 논란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다. 물론 잘못된 판정 때문에 결과가 뒤바뀐다면 상대 팀과 상대 팀 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오심은 줄어들고 지루함은 더해진 VAR의 도입이 반갑지만은 않다. VAR 판독 이후 경기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긴장감이 반감돼 경기가 지루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VAR 시스템의 도입이 정확한 경기 결과를 가져다주고 억울한 상황을 해결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빠른 템포의 경기 진행이 큰 매력인 축구에 어울리는 방법인지는 재고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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