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강사 없는 강사법
뚜껑 열어보니… 강사 없는 강사법
  • 이예종 기자
  • 승인 2019.09.01
  • 호수 149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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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부터 시행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은 2011년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법안이다. 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서 모 씨는 턱없이 낮은 임금 등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와 교수 임용 과정에서의 비리와 논문 편취 등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폭로하는 유서를 쓴 뒤 자살했다. 
 

강사법 개정 이전, 열악한 강사 처우
이처럼 시간강사는 대부분 △임금 문제 △4대보험 미가입 △불안정한 고용상태 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중에서도 시간강사의 임금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지난 2011년 교육부에서 공개한 ‘대학정보공시, 2011년 등록금 및 시간강사 강의료 등 공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시간강사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3만8천 원 정도를 받는다. 만약 6학점의 강의를 담당하면 주당 22만 원을 임금으로 받게 된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연 급여 680만 원을 지급받는다. 더구나 시간강사는 학기 단위로 채용되므로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 이상의 계약을 하기 힘들어 대부분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다.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 연구 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사공대위)’에 참여한 강태경<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은 “결국 시간강사들은 대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임금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 전일제 아르바이트나 번역, 연구 보조 등의 부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수석부지부장은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건강보험에 사비로 가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많은 시간강사가 월 60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충족시키지 못해 대학의 입장에서는 시간강사를 건강보험에 가입시킬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사법 개정 이후, 조금은 트인 숨통
이처럼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우를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목적에서 지난 2011년 국회에서 강사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 8월 시행됐다. 개정안의 주 내용은 △교원 지위 부여 △임용 기간 안정화 △방학 중 임금 지급 △퇴직금 지급 △4대보험 가입 의무화가 있다. 

강사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이제 시간강사들은 최소 1년 단위의 임용계약을 맺고 재임용 절차가 3년 보장된다. 또 1년 단위의 계약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게 된다. 강 수석부지부장은 “퇴직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방중 급여를 일부라도 받으면 시간강사 임금은 지금보다 7%p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교원 지위가 부여되면 시간강사의 의사에 반하는 면직이나 권고사직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대학평의원회나 학과 회의 등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다만 강 수석부지부장은 “시간강사가 이런 지위를 획득한다고 해서 여전히 대학본부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긴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번 강사법 개정안에 시간강사들의 강의 시수를 늘리는 조항은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가입 의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부작용에 어지러워지는 강사법
지난 4월 교육부에서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발표’를 통해 18년도 1학기와 19년도 1학기를 비교해 강좌 수의 변동을 분석했다. 우선 강좌를 소형(20명 이하), 중형(21명~50명), 대형(51명 이상) 강의로 구분했을 때 2018년, 사립대 강의는 평균적으로 소형강의가 9만6천281개(39.8%), 중형강의가 11만3천644개(47%), 대형강의가 3만1천994개(13.2%)로 구성됐다. 그러나 2019년에는 소형강의가 8만7천652개(37.2%)로 숫자와 비율 모두 줄어들었으며, 중형강의 11만2천909개(48%)와 대형강의는 3만4천822개(14.8%)로 중·대형 강의의 비율이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강좌 수 역시 24만1천919개에서 23만5천383개로 약 6천6백 개가 줄어들었다. 또 교육부의 ‘19년 1학기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16년부터 19년까지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는 6만1천500명에서 꾸준히 줄어들어 2019년 1학기 4만6천900명으로 24%p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채용은 늘어났다. 

이에 강사공대위는 많은 사립대가 시간강사의 최소 안정성을 보장하는 위 강사법의 취지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수석부지부장은 “사립대 대부분은 강사법이 도입되자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시간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강사공대위에 참여 중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김진석<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사립대는 소형강의를 줄이고 대형강의를 늘렸는데 이 추세가 지속되면 교육의 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으며 “학생들을 위해 열어주던 다양한 강의가 폐강되며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학생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김 교수는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법 개정안의 대상이 아닌 초빙교수나 겸임교수 채용을 확대하는 등 편법을 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사공대위와 정부의 수습 노력
지난해 말 고려대 공대위를 시작으로 강사공대위가 결성됐다. 강사공대위는 강사법 개정 이후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것에 맞서기 위해 조직됐다. 강사공대위는 교육부와 강사법 시행령에 담길 조항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강사공대위 활동에 관해 강 수석부지부장은 “현재 공대위는 전체적인 움직임보다 대학 개별적으로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별 공대위 중 연세대 공대위는 2학기에 강사현황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강의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강 수석부지부장은 “만약 학생들의 불편과 시간강사의 처우문제가 가시화되면 이를 통해 직접 또는 교육부를 통해 대학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강 수석부지부장은 “지속적으로 각 강사공대위 대표가 모여 대학의 강사 구조조정에 대응할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강사법을 안착시키기 위해 해고 강사를 직접 지원하고, 강사 해고 수준을 대학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해고된 강사는 생활과 연구를 위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받는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지난 8월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을 통해 280억 원을 편성해 해고된 시간강사에게 연구보조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대학이 시간강사들에게 방중 임금을 원활히 지급하도록 288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지금껏 있었던 ‘대량해고’ 사태에 “강사 고용을 줄인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세웠다. 여기에 △강사 담당 학점 수 △강의 규모 적절성 △총 강의 수 등 강사 해고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대학평가 기준에 추가된다. 

이런 노력과 반대로 강사법의 유예기간 동안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줄이고, 강의를 개편하는 등의 준비를 해왔다. 8년의 유예를 지나 드디어 강사법 시행령이라는 주사위가 던져진 지금, 대학은 그들의 노력에 응답해야 한다.

도움: 김진석<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태경<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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