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이유 ‘제로’인 ‘제로페이’
사용 이유 ‘제로’인 ‘제로페이’
  • 오수정 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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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간편결제 표준안으로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장했다. 경남은행, 우리은행 등 30개의 은행과 페이코, N페이 등 9개의 *핀테크 앱과 정부지자체가 함께하고 있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가맹점 우대수수료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소득공제 우대 등의 혜택이 있다.

정부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을 확대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제로페이 결제 단말기 3만5천 대를 시장에 보급해 가맹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서울시는 제로페이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2달간 ‘결제액 2%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본격적으로 사용자 모집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 실적은 부진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제로페이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8천945건, 결제액 1억6천947만 원에 그쳤다. 가맹점 26만2천 곳을 기준으로 하루 결제액은 647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와 서울시가 9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저조한 금액이다.

정부의 대대적 홍보 정책에도 제로페이는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박맹우<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기부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제로페이 사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를 출시한 2018년 12월 20일부터 올해 5월 10일까지 제로페이 사용 건수는 36만5천 건, 사용금액은 57억 원이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사용 건수는 49억 건, 사용금액 266조 원이며 체크카드 사용 건수는 32억 건, 사용금액 74조 원이다. 이와 제로페이의 사용건수와 금액을 비교하면 턱없이 초라한 수치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제로페이를 검색하면 제로페이 가맹점을 찾아준다는 앱도 있지만 실용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카드사용자가 제로페이 가맹점을 검색해 찾아다니며 결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경전<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가능하고 익숙한 결제 수단이 존재하는 곳에 새로운 결제 수단이 진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카드결제가 되지 않는 환경부터 시작해 결제 분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페이의 유인책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제로페이 사용자가 2019년 사용분부터 40%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미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30%에 달하며 체크카드를 민간결제 앱에 등록해서 쓰면 마일리지, 캐시백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체크카드 사용자가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제로페이는 연소득의 25% 초과분만 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26만 곳에 불과한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정희<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로페이의 공제 혜택만 보고 카드 사용자들이 카드사와 은행에서 받고 있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제로페이로 넘어가기에는 유인책이 아직 약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로페이 사업에 나서는 것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사업 초기부터 민간 금융회사의 사업 영역인 간편결제 시장에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개입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존재했다. 올해 초 은행 및 카드사 등 핀테크 업계는 서울시와 중기부가 시작한 제로페이 사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경전 교수는 “기업간 경쟁을 고양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심판이 선수로 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경전 교수는 “정부는 서비스 제공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중단하고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의 표준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로페이의 저조한 이용률과 소비자들의 외면을 무시하지 말고 제로페이 사업 지속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핀테크: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나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이다.

도움: 이경전<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이정희<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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