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사설] 학교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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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5일 서울캠퍼스 IC-PBL교수학습센터(이하 교수학습센터)가 진행한 ‘HY-러닝페이스메이커’ 참여 학생 352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교수학습센터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오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여자 전원에게 이들의 △이름 △연락처 △이메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이 담긴 문서를 메일로 보냈다.

유출된 개인정보 중 계좌번호와 주민등록번호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에 필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교수학습센터는 모든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아무런 보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 전송했다. 이번 사건은 담당자가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게을리해 발생한 것이다.

교수학습센터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안일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건 직후, 학교 커뮤니티에는 ‘교수학습센터에 개인정보 유출에 관해 항의했으나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식의 말을 들었다’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왔다. 교수학습센터는 ‘HY-러닝페이스메이커 참가자 선발을 위한 접수’를 목적으로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 동의서에 서명한 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HY-러닝페이스메이커 진행에 필요할 때 사용되는 것에 동의한 것이지 본인의 개인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았으니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돼도 괜찮다’는 교수학습센터의 태도는 이들에게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인식이 결여됐다는 방증이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는 긴급 대책팀을 꾸려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 측에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관한 대책과 배상을 논의할 계획이 없다’며 대화를 회피했다. 총학의 입장문에 따르면 학교는 ‘피해 학생들이 충분한 사과를 받았고 피해 배상을 원하지 않으며 사건이 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고소를 준비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말과 상반된다.

학교는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한 중운위와 총학이 ‘고의로 일을 키운다’고 비판하며 ‘총학 및 중운위 TF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피해 학생들을 위해 목소리 낸 총학과 중운위의 ‘학생 대의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총학생회’이며 중운위는 학생들의 투표로 뽑힌 각 단과대 회장 등으로 구성된다. 비록 총학생회장은 공석이지만 중운위와 총학은 학생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중운위와 총학의 ‘학생 대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인식이 부족’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학교는 학생들의 바람대로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피해를 배상함과 동시에 교직원의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학교는 학생 대의 기구인 중운위와 총학의 지위를 인정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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