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지역축제, 모두의 축제가 되려면
길잃은 지역축제, 모두의 축제가 되려면
  • 전다인 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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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방방곡곡 축제 개최로 분주하다. 각 지역은 축제 개최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 이훈<사회대 관광학부> 교수는 “축제에서 음식과 기념품을 사고팔고 임대업이 활성화된다”며 “평소 경제 회전율이 낮은 지역은 지역축제를 하면 외부인 유입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보령 머드축제’와 ‘함평 나비축제’가 있다. 보령 머드축제는 1998년 시작된 축제로 우리나라 축제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보령시는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보령의 진흙을 활용해 머드 마사지뿐만 아니라 슬라이딩, 해상 레포츠 체험 등의 액티비티를 운영해 매년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 함평은 199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농가의 삶이 더욱 어려워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함평의 환경을 이용한 나비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축제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발되며 지역축제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지역축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대부분의 지역이 축제 사업에 뛰어든다. 

특색 없는 지역축제들
그러나 모든 축제가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위 사례와 같은 몇몇 유명 축제를 제외하고는 몰개성한 양산형 축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축제가 서로 비슷해 어느 곳을 가더라도 기억에 남는 축제는 드물다. 한 지역에서 ‘대박’을 친 축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이름만 바꾼 채 축제들이 열린다. 금산 인삼축제나 풍기 인삼축제, 문경 사과축제나 영주 사과축제처럼 유사한 특산물을 중심으로 축제가 개최돼 각 축제의 특성이 사라진지 오래다. 

또한 개별 축제만의 특색 있는 체험활동이 존재하지 않고, 떡메치기, 비누 만들기 등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똑같은 행사가 이어져 관광객들에게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 지역마다의 특색을 고려해 오랜 시간 축제를 계획하기보다 다른 지역의 축제와 비슷하게 경쟁적으로 축제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재구<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에는 저마다의 특성이 필요하다”며 “이 축제도 저 축제도 똑같은 테마의 축제를 하면 어느 축제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축제들이 오래 지속되려면 해당 지역만의 고유한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생태 축제라고 할 수 없는 생태 축제 
함평 나비 축제, 화천 산천어 축제 등 동물을 이용한 축제는 ‘생태 축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태 축제라 불릴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교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동물 이용 축제 중 84%가 △경주 쇼 △낚시 △맨손 잡기 △싸움 △채집 등의 방식으로 동물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동물 축제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 129개 중 108개가 동물에게 ‘죽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을 줄 정도로 동물을 학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천어 축제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성공적인 축제로 손꼽히지만, 실제 화천에는 없는 산천어를 전국 각지에서 공수해와 축제를 연다. 이 때문에 굳이 지역에도 없는 생물을 들여와 축제를 하는 의미가 있냐는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에서 공수해온 산천어를 풀어놓기 전날에는 낚시에 잘 걸리게 만들기 위해 산천어를 굶겨 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에 강 교수는 “지역의 경제적인 욕심으로 인해 생태계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축제가 되려면
축제는 그것의 규모보다 얼마나 지역 특색을 살려 관광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재미만을 추구하는 축제는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며 “축제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장소의 역사나 스토리를 축제와 잘 결합시켜 해당 축제만의 차별화 요소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각 지역은 다른 지역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 마구잡이로 축제를 개최하기보다는 지역의 특색을 반영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실속 있는 축제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 교수는 “축제는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축제가 전문성이 뛰어난 진행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지역만의 놀이 문화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베네치아 카니발 등 해외 유수의 축제에 비해 성장할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축제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이보단 앞으로 만들어나갈 축제의 모습이 더 중요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축제의 역사가 아직 길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편견만을 가지고 본다면 성장 잠재력을 가진 축제들도 힘을 잃을 수 있다”며 “오히려 지금은 축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축제에 대한 따끔한 질책과 함께 이들의 성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전다인 기자 jdi5588@hanyang.ac.kr
도움: 강재구<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이훈<사회대 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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