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 see 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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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9.02
  • 호수 149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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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바바라 크루거를 마주하라 
전시 ‘바바라 크루거 : Forever’

빨간 직사각형에 흰색으로 ‘Supreme’이라 적힌 한 브랜드의 로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슈프림의 브랜드 로고에 영감을 준 것으로 잘 알려지고,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바바라 크루거의 개인전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지난 40년간 그가 선보인 대표작은 물론 사진에 텍스트를 일일이 잘라 풀로 붙인 페이스트업 작품, 그리고 최근 새롭게 시도한 미디어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

▲ 전시 ‘바바라 크루거 : Forever’의 모습이다.
▲ 전시 ‘바바라 크루거 : Forever’의 모습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그는 산세리프체의 텍스트와 사진을 결합해 사회 모순을 뚜렷하게 지시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그는 젠더, 계급 등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함축하는 사진 위에 그 사회상을 비판하는 텍스트를 첨부한다. 사진과 텍스트의 불일치로 인해 생겨나는 위태로운 힘겨루기 속, 관객은 그의 비판의식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식의 판단을 내리게 된다. 특히 그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I’, ‘You’, ‘Me’는 관객에게 명령조로 말을 걸며 관객 스스로 텍스트 속 인물을 동일시하도록 유도한다.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바바라 크루거 : Forever’ 전시는 오는 12월 29일까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만3천 원에 관람할 수 있다.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책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우리가 사는 이 땅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분개한 이유는 한국이 불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불평등한가? 

전통적으로 불평등은 계급 차원에서 분석됐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원인을 계급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논의가 우석훈·박권일 저 「88만원 세대」 이후 보다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철승<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불평등의 세대」는 같은 맥락에서 세대의 관점에서 불평등을 분석한다. 저자는 ‘386 세대’가 위계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한 네트워크로 정책과 자원을 장악했고, 다음 세대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현재 불평등한 한국 사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주장은 부의 대물림에 의해 재생산되는 세대 내 격차나 분명히 존재하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 등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계급론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세대를 불문하고 존재하는 △인종 △장애 유무 △젠더 등에 의한 차별 역시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저자는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세대가 위와 같은 사회적 균열을 일으키는 시작점이라며 반박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더욱 강력한 임금 피크제, 연공제에서 직무제로의 전환 등과 같은 세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세대라는 관점에서 불평등을 분석하는 시도가 익숙지 않다면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를 읽어보는 게 어떨까. 세대론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불평등에 관한 이해의 안목을 넓혀줄 것이다.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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