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학대로 위태로운 아이들
가정 내 학대로 위태로운 아이들
  • 고다경 기자
  • 승인 2019.06.02
  • 호수 1497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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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학생 의붓딸을 성추행한 뒤 살해 및 유기한 사건이 일어났다. 여기에 친모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아동학대 사건 수는 2만4천433건으로 6천796건으로 기록된 2013년 이후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학대는 사회 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문제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전체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가 가해자인 사건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연간 발행하는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가 가해자인 사건의 비율은 모두 75%를 웃돌았다. 이처럼 아동학대 중에서도 가정 내 아동학대 문제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3일 ‘포용 국가 아동 정책(이하 아동 정책)’을 발표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핵심과제로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전면 개정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노력 등 아동 권리 강화가 있다. 대표적인 세부 항목으로는 ‘민법상 징계권 조항 개정’,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등이 있다.

최근 발표한 아동 정책에 대해 최선숙<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 국장은 “이번 아동 정책이 이전 정책보다는 진전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최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고, 그 기반에는 아동학대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책 수립에 있어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와 관련한 대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서적 학대에 대한 미흡한 처벌 △열악한 아동보호 시설 환경 △예산 확보 방식의 문제 등 여전히 한계는 존재한다.

불완전한 아동학대 대처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복지법에 명시된 아동학대의 개념을 따른다.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신체적 폭력만큼 정신적 폭력도 아동 성장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아동학대에 포함된다.

실제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신체적 학대행위와 같은 형량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정념<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는 아동학대를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등으로 구분해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행위의 결과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사례 유형 분포 비율은 정서적 학대가 1만5천346건으로 44.9%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신체적 학대보다 발생 빈도가 높은 정서적 학대 처벌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대를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부모로부터 분리 조치가 이뤄진 아동은 아동 그룹홈, 학대 피해 아동 쉼터 등의 아동보호 시설에 입소한다. 이들을 양육, 보호, 치료하는 것이 아동보호 시설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동보호 시설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4월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64개소가 있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는 지난해 10월 기준 총 63개소가 설치돼 있다. 최 국장은 “아동보호 관련 시설이 인구 대비 부족한 지역이 있어 확충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아동의 권리 보호와 학대 예방에 더욱 이바지할 수 있다”며 아동보호 관련 시설의 확대를 강조했다.

아동보호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처우도 매우 열악하다. 최 국장은 “아동보호 관련 시설 종사자는 직급과 근속연수 등을 고려하지 않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며 “이는 능력 있는 사회복지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학대 피해 아동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로 이어지기에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아동보호 관련 시설의 예산이 실제 아동학대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닌 기금을 통해 충당하는 것도 문제다. 최 국장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 그룹홈이나 학대 피해 아동 쉼터의 운영비는 각각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과 복권기금에서 충당한다”며 “예산 집행 과정에서 여러 기관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해 사업을 집행하고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위험 속 아이들에게 희망을
정서적 학대 처벌의 미흡함에 대한 해결방안 중 하나로 아동학대를 새롭게 유형화하는 것이 있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를 아동학대 발생 현황과 학대의 심각성을 고려한 ‘적극적 학대’와 ‘소극적 학대’로 새롭게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적극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중한 결과를 일으킨 가해행위가 있었는지, 소극적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신체적·정서적 발달의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이 교수는 “아동학대의 새로운 유형화는 어떤 형태의 학대든지 피해 아동에게 해악이 발생했다고 인정될 때, 보다 체계적인 처벌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동보호 관련 시설 환경과 예산 충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보호 관련 시설 예산을 기금 재원에서 보건복지부의 일반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최 국장은 “학대 피해 아동이나 사회복지사의 환경 개선은 국가가 담보해야 한다”며 “기본적인 처우를 국가가 책임진다면 보다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자긍짐을 갖고 아동보호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 국장은 “실제 아동학대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사용한다면 긴급 상항에서의 예산 투입 및 변경 등 용이하게 예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없이 사랑만 받고 자라도 부족한 아이들이 학대로 인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돼줄 보호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도움: 이정념<숭실대 법학과> 교수
최선숙<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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