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작용만 초래한 속도 조절 없는 최저임금 상승
[사설] 부작용만 초래한 속도 조절 없는 최저임금 상승
  • 한대신문
  • 승인 2019.06.02
  • 호수 1497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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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함에 따라 오는 27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매년 15.7% 올려야 한다. 이에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은 각각 16.4%, 10.9% 인상됐다.

그러나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이 고용시장과 소득분배 구조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빈익빈 부익부 심화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잇따른 폐업 같은 악순환이 현장에서 충분히 확인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애써 외면하던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의 의도는 좋았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너무 빨랐다”며 속도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정치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지난달 14일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우려를 표하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노동생산성 증가폭인 3~4%보다 낮게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이미 2년 연속 급등한 탓에 이전보다 소폭인 3~4%만 올라도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크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상승한다면 ‘최저임금 취약 지대’로 꼽히는 소규모‧서민 업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추경호<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4% 인상을 가정했을 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거의 절반(46.8%)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받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58.9%), 건물 청소원·아파트 경비원 등과 같은 사업시설관리업(30.7%) 근로자가 큰 영향을 받는다. 결국 최저임금의 추가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영세 업종에 집중되면서 일자리 취약층의 실업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의 소상공인 역시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전국 소상공인 7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2.1%, ‘업종·지역별 차등을 둬야 한다’는 26.1%였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3.7%에 불과했다. 최근 1~2년 새 직원을 줄인 소상공인도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이 직원을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량이 사업주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위권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은 과유불급의 전형적인 사례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의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의 동결 및 인하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동결 및 인하가 어렵다면 시장과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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