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 재생건축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 재생건축
  • 전다인 수습기자
  • 승인 2019.06.02
  • 호수 1497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옛 동요에 나온 것처럼 과거에는 건물이 낡으면 깨끗이 허문 뒤 최신 건물을 짓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엔 친환경, 과거와 현재의 공존 등의 키워드가 주목받으며 노후화된 건물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재생건축’이 건축계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생건축이란 기존 건물의 특색은 보존하되 건물의 용도를 전환해 새로운 성격을 가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건축방식이다. 이는 건물의 성능개선 방법 중 하나로 큰 범위로써의 리모델링의 하위범주로 볼 수 있다. 장순각<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리모델링이 경제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한다면, 재생건축은 해당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오래된 건축물이 갖고 있는 역사나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라 말했다.

성공적인 재생건축 사례로는 영국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미술관은 2001년 1월 폐쇄된 발전소를 재단장한 후 매해 방문객이 82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재생건축물이 하나둘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장 교수는 재생건축의 인기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장소에서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생소함 때문에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국내의 경우 △1930년대 문인들의 창작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보안여관’ △과거 목욕탕으로 사용된 공간을 보수해 세워진 서울 아현동의 ‘행화탕’ △공장에서 빵집이 된 ‘어니언’ △서교동의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대표적인 재생건축 공간이다.

▲ 서울 아현동에 위치한 재생건축 공간 ‘행화탕’의 모습이다. 옛 목욕탕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은 복합 예술 공간이자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 서울 아현동에 위치한 재생건축 공간 ‘행화탕’의 모습이다. 옛 목욕탕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은 복합 예술 공간이자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더 많은 재생건축 공간이 등장하기에는 몇몇 제약이 있다. 수 십 년 동안 콘크리트 건축이 주류를 이뤄온 탓에 재생건축을 뒷받침할 인력이나 장비, 기술 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엄격한 건축법상 규제 역시 걸림돌이 되곤 한다. 장 교수는 “세련되고 훌륭하게 발전될 수 있는 재생건축이 법에 발목 잡힐 수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처럼 건축 재생을 위해 법의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장 교수는 “건축물이 오래된 마을에 위치한 경우 그 건물만 재생된다고 건축이 완성된 게 아니다”라며 “수도, 전기 등 마을 전체에 대한 인프라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고 재생건축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했다.

새로운 공간도 좋지만 오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재생건축 공간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재생건축 공간을 방문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는 게 어떨까.

도움: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장순각<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사진 출처: ‘행화탕’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