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매력의 간극, 낭독극
오묘한 매력의 간극, 낭독극
  • 이세영 수습기자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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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무대를 배우의 목소리가 홀로 가득 채운다. 관객들은 배우의 변화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작품에 오롯이 빠져든다. 요즘 연극계에서 떠오르는 형식은 이와 같은 낭독극이다. △서로낭독페스티벌 △퀴어한 낭독극장 △창작집단 ‘라스’의 입체낭독극 등 낭독만을 특화한 시도가 연극계에서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낭독극은 거추장스러운 무대 세트는 버리고, 배우의 대사만으로 ‘생각하는 희곡’을 추구하는 공연이다. 

낭독극은 1945년 ‘리더스 시어터’라는 뉴욕 전문 극단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이는 연극 기법이 확장된 형태 중 하나로, 2인 이상의 참여자가 △감정 △리듬 △박자 △억양을 포함해 대본을 읽으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낭독극이 인기를 끌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공연이 시각 중심에서 벗어나 듣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이후로 낭독극을 다양하게 기획하는 시도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다른 형식의 연극과 달리 낭독극에는 청각에 의존하게 됐을 때의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더불어 김 평론가는 “무대의 여러 시각적 요소들은 제한되고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표현기법이 사용된다"며 "관객들은 그 과정을 읽어내는 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낭독극은 연극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언어’에 집중하면서, 문학 본연의 글맛과 서정성을 보다 깊게 느낄 수 있게 한다. 김 평론가는 “읽기란 단순한 행위도 퍼포먼스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낭독극은 다른 연극에 비해 티켓값도 저렴하다. 연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한 낭독극에서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전환은 최소화된다. 그러므로 제작사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제작할 수 있고, 덕분에 관객들도 티켓값이 낮아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실제로 낭독극은 통상 2~3만 원인 대학로 연극보다 저렴한 1만 5천 원 정도로 비교적 싼 편이다.

그러나 연극이 △관객 △무대 △배우 △희곡뿐만 아니라 △무대장치 △안무 △음향 등도 사용되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낭독극이 이런 본질을 간과하고 있지 않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관해 김 평론가는 “극 형식에 있어 불변하는 어떤 본질을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며 “‘피터 브룩’이라는 연극연출가가 말하듯 연극은 △공간 △보는 자 △행하는 자로 갖추어야 할 것은 모두 갖춘 것”이라 했다. 이는 무대와 객석이 분리돼 있고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낭독극이 연극으로서 의의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낭독극은 다른 형식의 연극에서 맛볼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과장된 배우들의 몸짓이나 화려한 무대 연출을 최소화한 덕분에 대사에 귀 기울이며 문장의 맛과 행간에 숨겨진 마음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는 연극의 익숙함과 늘 눈으로만 읽는 문학의 따분함에서 벗어나 낭독극을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 김소연 연극평론가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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