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지킬 건 지켜야지
[아고라] 지킬 건 지켜야지
  • 김민주<대학보도부> 차장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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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주<대학보도부> 차장

지난 3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인문대 지하 1층은 쉬지 않고 붙은 대자보로 뜨거웠다.

이 일련의 대자보는 현재는 사라진 인문대 가인준 댄스동아리 ‘리베르타’가 학생회칙을 어겼다는 것을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인문대운영위원회(이하 인운위)가 철학과 비대위원장의 권한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확대됐다. 결국 이 열기는 리베르타의 소멸과 인운위의 사과로 잦아들었다.

필자는 ‘학생을 대표하는 이가 학생회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지난 학기에 열린 인문대학생대표자회의는 ‘신규 및 재등록 동아리의 경우 모집 대상을 인문대 전체 학생으로 해야 한다’는 인문대 학생회칙 제60조 2항을 어긴 리베르타를 가인준 동아리로 인준했다. 지난 인문대 학생회는 이를 알고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다음부터 잘 지키라’며 학생회칙을 무시하고 리베르타가 학생회칙을 어긴 것을 묵인했다. 누구보다 앞장서 학생회칙을 수호하고 준수해야 할 학생회가 학생회칙을 위반한 것이다.

리베르타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은 뒤,이 사태에 관해 지난 인문대 학생회의 책임을 묻는 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지난 인문대 학생회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필자는 이런 학생회의 모습을 보고 마치 “학생회 스스로가 학생회칙을 제멋대로 해석할 수 있는 지배자라고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리베르타 징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운위는 자의적으로 철학과 학생회칙과 인문대 학생회칙, 총학생회칙을 해석해 철학과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가진 ‘인운위 성원’ 자격을 박탈했다. 인운위 관계자는 “철학과 학생회칙에 ‘정학생회장’과 ‘비대위원장’이 동등한 자격을 갖는다는 근거 조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의장을 맡은 동시에 의결권을 가진다. 인문대 역시 비대위 체제로 인문대 비대위원장은 중운위에서 인문대생의 의견을 대표로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상위 의결기구에서 비대위원장과 정학생회장이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을 하위 기구인 인운위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저 ‘인운위는 학생회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변명으로 인식될 뿐이다. 누구보다 앞장서 학생회칙을 준수해야 할 이들이 자신들의 무결함을 밝히기 위해 학생회칙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학생회칙은 학생회의 회원인 학생들이 ‘이것만은 지키자’고 약속한 것이라고 볼 수있다. 많은 학생들은 학생 대표자가 학생회칙에 따라 활동할 것이라 기대한다. 학생 대표가 학생회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런 학생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학생들의 대표자는 학생회칙을 수호하고 준수해야 하는 존재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회칙을 무시하고 예외를 만들며 학생회칙을 어겼다. 이런 처사가 지속된다면 학생 대표의 활동에 관한 학생들의 신뢰는 점점 더 약해질 것이다.

부디 지킬 것은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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