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마스터, 팬심의 명과 암
홈마스터, 팬심의 명과 암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5.26
  • 호수 149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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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인기와 더불어 팬덤 문화 규모 역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덕질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정 연예인 사진을 모으거나 관련 굿즈를 소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 사진집이나 굿즈를 구입하는 경로는 해당 연예인 소속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른바 ‘홈마스터(이하 홈마)’를 통한 거래 방식도 팬덤 문화 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홈마, 그들은 누구인가?
홈마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이 촬영한 연예인 사진과 직접 제작한 비공식 굿즈를 개인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팬들과 거래하기도 한다. 

홈마가 찍은 사진들은 팬들 사이에서 ‘데이터’라 불리는데, 연예인의 각종 행사나 무대, 출퇴근길 등 다양한 곳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유포한다. 데이터의 가격은 연예인의 인기와 홈마가 들인 비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인기가 많은 홈마는 본인이 활영한 사진으로 갤러리를 대여해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홈마가 만드는 비공식 굿즈는 공식 굿즈 못지않게 품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종류까지 훨씬 다양하다. △메모지 △스티커 △탁상달력 등의 문구류부터 키링, 티셔츠 같은 생활용품까지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박보형<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7> 씨는 “홈마들이 사진 보정을 잘할 뿐만 아니라 비공식 굿즈 디자인 역시 마음에 들어 산다”고 말했다. 또한 박 씨는 “미공개 사진이나 영상도 포함한 경우가 많아 자주 구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예인에게 팬덤은 소중한 존재다. 따라서 소속사는 홈마의 다양한 사진과 굿즈가 많은 팬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소속 연예인을 홍보하고 인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홈마가 연예인의 사진과 굿즈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탈루와 퍼블리시티권 침해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홈마의 손길 뒤에 가려진 문제들 
인기가 많고 유명한 홈마가 제작한 사진집은 수 백여 권에서 많게는 수 천여 권까지 판매된다. 제작비용과 배송비를 제외하더라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라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소득은 원천을 알 수 없기에 과세소득에서 제외하지만, 그 소득이 비교적 클 경우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홈마 대부분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계좌이체 방식을 통해 거래를 하다 보니 이들의 세부 수입과 지출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종현<세종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는 “소득이 일시적이고 우발적이라면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지만, 인기가 많고 전업으로 활동하는 홈마들은 거래가 잦아 그 금액이 크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납부 대상이 된다”며 “그들 역시 사업자등록 절차를 밟고 세금을 납부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사업자 등록 없이 이뤄지는 거래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는 판매자인 홈마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돈만 받고 상품을 배송하지 않고 잠적하기도 하고, 해외 콘서트와 행사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티켓값과 비행기 값을 요구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익명으로 활동하기에 이들을 찾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홈마가 공유하는 사진은 퍼블리시티권 침해 우려도 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사람이 자신의 △사진 △서명 △성명 △이미지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그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촬영 대상이 된 연예인이나 소속사는 언제든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박성호<법학전문대학원 지적재산권전공> 교수는 “연예인 사진을 찍어 판매하는 행위는 성명권, 초상권 등 인격권 침해로 퍼블리시티권 위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혼자서 연예인의 사진을 간직하고 감상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누군가와 공유하고 거래하는 순간 법률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정 연예인의 초상이 담긴 사진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홈마 역시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발생할 법률상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볼 수 없는 셈이다. 

바람직한 팬덤 문화 정착을 위해
탈세와 퍼블리시티권 침해 문제에도 불구하고, 홈마는 팬과 연예인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팬덤 내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우선 연예인 사진으로 번 돈은 연예인을 위해 다시 쓰자는 문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홈마와의 거래 문화를 통해 연예인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연예인 사진이나 비공식 굿즈를 팔아 번 돈을 팬덤 이름으로 기부를 하거나 공공장소 광고에 사용하면서 연예인의 이미지를 향상하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다.
팬덤 내 ‘공출목 지양’ 운동 역시 홈마와의 거래 문화를 자정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공출목이란 △공항 △출퇴근길 △목격 장소 등에서 찍은 연예인 사진을 말한다. 공출목 지양 운동은 퍼블리시티권과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홈마의 공출목 사진을 팬들 스스로 소비하지 않으려는 운동이다. 

홈마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여러 가공물로 팬덤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권리를 침해하거나 특정 소수가 불법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면 이에 관한 비판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인지하며 팬덤 문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덕질 : 좋아하는 분야나 대상을 파고들거나 그와 관련한 것들을 모으는 일을 일컫는 신조어다.

도움: 김종현<세종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
박성호<법학전문대학원 지적재산권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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