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 어디까지 가봤니
‘중고시장’ 어디까지 가봤니
  • 정예원 기자
  • 승인 2019.05.12
  • 호수 149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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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의 연간 방문자 수는 2010년 3천만 명에서 2017년 1억9천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 거래액 2조5천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크게 확대됐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2017년 ‘한국리서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중고 상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 657명 중 오프라인 거래 이용자는 44.9%, 온라인 거래 이용자는 65.4%를 기록했다. 온라인 중고시장만큼은 아니지만 오프라인 중고시장도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 거래한 품목 종류에 대한 응답은 의류가 25.4%로 가장 높았고, 전자제품 22.5%, 서적 21.4%, 가방 및 구두 12.7%, 유아 아동용품 12.6% 등이 뒤를 이었다.  

중고시장이 크게 확대된 것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얻는 효용보다 ‘사용, 활용’을 통해 얻는 효용에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영수<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저성장으로 접어들어 지출 가능한 소비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활용 빈도가 떨어지는 새 물건을 구매해 소유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물건을 사서 활용하려는 경향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고시장의 물건 관리가 좋아지면서 신제품과 구제품 간에 질적 차이가 줄어든 것도 중고시장이 확대된 이유 중 하나이다.

중고시장은 가격과 환경적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중고시장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재공급해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다. 또, 물건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우호적인 소비 트렌드이다. 

반면 중고시장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는데 제동이 걸리고 제조업과 유통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중고시장이 새로운 시장을  잡아먹는 경우는 존재할 수는 있으나 신제품 시장과 구제품 시장을 분리된 시장으로 보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구제품 이용 경험이 새로운 욕구로 연결돼 새로운 제품의 구매로 이어져 반대로 신제품 시장을 확대 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다. 전 교수는 “현재 중고시장은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품목이나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지만 중고품의 이미지와 관리체제가 효과적인 방식으로 유지 및 관리 된다면 중고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꾸준히 성장 중인 중고시장을 독자에게 친밀하게 소개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방문해 봤다. 중고 거래가 활발한 두 분야인 서적과 의류 분야의 대표적인 두 매장을 선정했다. 

소비자가 판매자도 되는 중고의류매장
 

‘마켓인유’ 망원역점 내부 전경이다.
▲‘마켓인유’ 망원역점 내부 전경이다
망원역점 매장 외부 모습이다
▲망원역점 매장 외부 모습이다

 


‘마켓인유’는 망원역점, 학동역점, 서울대점의 세 곳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보유한 의류 중고 매장이다. 대부분의 일반 중고 의류 매장에서는 판매만 이뤄지는 반면 마켓인유는 고객으로부터 직접 옷을 매입하고 이를 되판다.

고객이 이곳에 물건을 팔면 마켓인유 내부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와 현금 중 보상을 선택할 수 있다. 단, 현금을 택할 경우 물건 포인트의 70%만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고객들이 원한다고 모든 의류를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켓인유는 엄격한 검수기준을 가진다. 기본적으로 오염과 손상이 없어야 한다. △보풀 △사용감 △세탁여부 △유행 △지퍼 작동 등 여러 기준을 두고 확인한다. 박수진<마켓인유> 팀장은 “딱 봤을 때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을 취급하려고 한다”며 “고객이 가져온 옷에서 냄새가 나거나 세탁을 하지 않은 것 같으면 매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매입 허가를 받지 못한 옷들은 고객이 다시 회수해 가거나 기부할 수 있다. 마켓인유는 고객이 기부를 선택한 의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아서 ‘굿윌스토어’라는 비영리단체에 기부한다. 

마켓인유는 의류뿐 아니라 신발, 악세사리, 가방 등 여러 패션 잡화류를 취급한다. 매장에는 마켓인유와 뜻을 같이하는 사회적 기업의 잡화 제품이 일부 들어와 있다. 재사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을 하거나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제리백’ 이나 ‘소이프’ 등이다.

마켓인유는 저생산과 저소비 그리고 자원의 재순환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박 팀장은 “모든 물건은 중고가 된다”며 “요즘 과생산과 과소비로 버려지는 물건들이 많아 안타까운데 우리 같은 중고 매장을 통해 자원 재순환이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 변화도 마켓인유의 또 다른 목표이다. 박 팀장은 “중고제품이 누군가 사용했기에 불쾌한 물건이 아니라, 나에겐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여름이 오기 전 옷장을 열어 안 입는 옷을 팔거나 기부하고, 누군가의 옷장에서 나온 내게 필요한 새로운 옷을 대신 데려오는 건 어떨까. 

헌책방에서 ‘보물’ 찾기

'서울책보고’의 헌책 원형서가이다
▲'서울책보고’의 헌책 원형서가이다
절판된 헌책이 판매되고 있다
▲절판된 헌책이 판매되고 있다

 


잠실나루역에서 5분여 거리에 위치한 ‘서울책보고’는 전국 최대 규모로 약 12만여 권의 헌책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책보고에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유명한 헌책방들을 포함해 25개의 헌책방이 참여해 헌책방별로 원형 서가가 꾸며져 있다.  이 곳은 책 판매금에서 운영비 명목의 위탁 수수료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헌책방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운영된다. 서울책보고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헌책방들을 살리고, 시민들이 다양한 종류의 헌책을 접하며 비교적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고안한 장소다.

서울책보고는 헌책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공간이다. 헌책은 폭 넓은 가치를 지닌다. 헌책은 기성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세대 간의 연결고리이자 역사적 유산이다. 이한수<서울책보고 기획홍보팀> 팀장은 “이 공간을 방문해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헌책에 담긴 가치나 추억을 들려주는 것이 우리 헌책방이 추구하는 것 중 하나”라고 전했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기여한다. 헌책은 단순히 폐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재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자원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헌책방은 절판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을 만나게 해주는 반가운 장소이기도 하다. 헌책방은 국제표준도서번호인 ISBN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책들도 판매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헌책방은 ‘이 책을 봐야겠다’는 검색을 위한 서점이라기보다는 책장을 거닐다가 우연히 좋은 책을 찾게 되는 서점”이라고 밝혔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일반 시민들로부터 직접 헌책을 매입하지는 않지만 헌책방과 헌책을 팔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팀장은 “가끔 책을 팔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오시면 헌책방에 직접 연락 해보라고 권해드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형서가에 헌 책을 사고판다는 명함을 비치해둔 헌책방도 있다. 

이처럼 서울책보고는 헌책의 가치가 발현되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독립 출판물 전시 △북 콘서트 △북 큐레이션 △출판 워크숍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는 장소이기도하다. 이번 주말 서울책보고를 방문해 헌책의 매력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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