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시설은 없다
[사설] 노인을 위한 노인요양시설은 없다
  • 한대신문
  • 승인 2019.05.12
  • 호수 149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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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이하 장기요양제도)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노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부정과 비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18년 국회 예산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노인요양시설 조사 결과, 지난 5년간 조사대상 기관의 평균 80%가 총 860억여 원의 급여를 부당하게 추가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무려 90%가 운영비를 부정 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

장기요양제도는 노인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2008년에 도입됐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의 생활 자립을 지원할 제도가 필요해졌다. 또한 노인요양비와 의료비 문제를 본인이나 가족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입된 장기요양제도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가입하는 건강보험과 연계해 매월 일정 보험료를 징수하고, 노후에 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급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요양시설은 주로 민간 차원에서 운영된다. 정부가 장기요양제도를 도입한 이후,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 민간 노인요양시설이 난립한 결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에 의하면, 도입 당시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5천462곳이었으나 2017년에는 2만377곳으로 3.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이용자가 2.7배 늘어난 것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게다가 이 중 공공 요양시설은 207곳으로 전체의 1%에 불과했다.

장기요양제도는 공공성 보장이 필수인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으로, 국민이 납부한 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 구성원과 두루 관련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정부는 우후죽순으로 생긴 민간 노인요양시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장서 우수한 서비스를 갖춘 공공요양시설을 확충해 돌봄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허위 부당 청구나 부정수급과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공적 관리 역시 소홀했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감독 의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국민보험관리공단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의 노인요양시설 관리 담당자는 겨우 2명으로 수많은 시설을 감독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관리 인력 확대와 설립 자격 강화 등 시설 운영 전반에 관한 관리감독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요양서비스 이용자에게 사용돼야 할 시설급여를 시설 대표와 이사장이 횡령할 경우 노인이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도의 수혜자인 노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로 돌아간다. 따라서 정부는 장기요양제도를 민간에만 맡겨둬 발생하는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 8일은 주변 어른과 노인에게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이었다. 전 세계에서 최단시간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이 시점에, 적지 않은 노인 어버이께서 노인요양시설에서 이번 어버이날을 보내셨을 것이다. 장기요양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시설로의 정상화야말로 우리 사회가 소외된 노인 어버이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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