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기념호 교내 인사 축사] 엄태준 한양대학교 노동조합위원장
[창간 60주년 기념호 교내 인사 축사] 엄태준 한양대학교 노동조합위원장
  • 엄태준<한양대학교 노동조합위원장>
  • 승인 2019.05.13
  • 호수 1495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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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준 한양대학교 노동조합위원장
▲ 엄태준<한양대학교 노동조합위원장>

개교 80주년을 모두가 축하하는 이때, 한양의 미래를 위해 조금은 다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가 급격히 줄었고, 매 학기 강의하시던 강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구차한 변명을 하고는 있지만, 문제의 본질이 재원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등록금 인상 역시 답은 아닙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지 못하게 되어 추가 부담까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진퇴양난입니다. 이는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일부 대학들은 누적된 재정난에 다음 학기를 장담할 수 없다고도 합니다.

문제는 교육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며 언론에서 연일 보도를 하고 있는데, 정작 그 중심이 되어야할 지성인 양성소에 그늘이 드리운 지 오래입니다. 더 나은 교육을 고민해야 할 총장단이 살림 채비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세계 100대 대학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교직원들 역시 번아웃 증세를 호소하며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등수는 올렸는데, 사람을 잃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입니까. 교육의 질 저하도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유일한 길은 고등교육입니다. 최고의 환경에서 선진 문물을 체험하고 연구함으로써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묵묵히 변화에 적응해 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원, 직원, 학생, 동문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학의 위기를 말하고, 사회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세계 유수 대학과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재정입니다. 저명한 대학일수록 기부금, 국가 지원의 기반 위에서 오로지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기 때문입니다.

매스컴에 수시로 보도되고 있듯 대학가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통렬한 반성과 함께 개선 과정을 명확히 보여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재정 확충은 즉각 이루어져야 합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을 먼저 달성하는 것만이 생존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구한말 서구열강의 압력 속에서 메이지유신을 선택한 일본과 정반대로 우리는 쇄국정책을 택했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잃었고, 독립마저 우리 손으로 완성하지 못하여 외부의 힘에 의해 분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고의 노력으로 전후의 가난과 혼란의 질곡을 넘어 세계 10위권의 강국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사립대학입니다. 특히 우리 한양은 실용 학풍을 바탕으로 음으로 양으로 많은 기여를 한 자랑스러운 학교입니다. 

역사의 변화가 다시 시작 되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 그 중심입니다. 우리 자신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선도하는 것이 곧 이 시대의 ‘사랑의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한양을 넘어 모두 함께 할 때입니다.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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