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정답은 없다
창업에 정답은 없다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9.05.05
  • 호수 149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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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엔씽> 대표

본교 전자통신공학과(04)를 졸업한 김혜연 대표는 궁금하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인지 그는 20대 시절 온갖 일을 경험했다.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 △연예인 매니저 △통신사 글로벌 트렌트 분석 △우즈베키스탄 농장 사업 △전자부품 연구원 등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의 다채로운 경험이 모여 지금의 IoT 기술 기반의 스마트팜 제조 기업 ‘엔씽’이 탄생했다. 그의 창업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 선정릉역 인근에 위치한 '엔씽'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 대표의 모습이다.

1세대 벤처기업을 보며 자란 창업 꿈나무
2019년 현재 전 세계에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트업보다 벤처기업이라는 말이 훨씬 익숙했다. 청소년 벤처인연합회가 있을 정도로 벤처기업이 많이 탄생했다.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벤처기업 창업 붐은 그 당시 학생이었던 김 대표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접해 인터넷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고등학교에서 홈페이지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교 인근 점포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활동을 하면서 용돈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컴퓨터나 인터넷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지, 창업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았다.

그러던 중 그에게 창업에 관심을 끌게 한 일이 있었다. 홈페이지 동아리를 운영하던 그에게 한 단체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나라에 있는 청소년 벤처기업인들이 모인 연합회 발대식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김 대표에게 또래 벤처기업인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명동에 있는 KT 센터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여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의 학생이 정장을 입고 와서 명함을 주는데 무슨 대표이사, CEO 이렇게 돼 있는 거예요. ‘어린 나이에도 한 회사의 대표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도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수능을 맞닥뜨렸다. 그전까지 공부와 담쌓고 지내던 그도 보통의 고3처럼 수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 동아리를 운영할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건 다양한 경험
대학생이 된 뒤에도 그는 굉장히 많은 일을 경험한다. 홈페이지를 만든 경험을 살려서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했고, 그 일을 하며 알게 된 사람의 소개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다. 그 후에는 통신사에 들어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일도 경험했다. 

그는 통신사에서 일한 경험은 짧지만, 그의 삶의 변곡점 중 하나가 됐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던 시기였는데, 함께 일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점을 배웠어요. 20세기까지는 하나의 분야를 깊게 파는 사람이 전문가였지만,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 여러 분야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전문가라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그런 말이 지금까지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대학교 생활에서도 김 대표는 전공 안에 머물지 않았다. 다양한 전공의 수업을 들으며 다른 전공 사람들과 어울렸다. 디자인과 수업을 듣기도 하고, 경영학과 수업도 들으면서 ‘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양한 전공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과 친구들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해요. 학교를 넘어서 사회에 나갔을 때 이런 경험들이 더 빛을 발한다고 봅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경험이 지금의 회사 창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농자재 회사를 운영하는 외삼촌의 제안으로 그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비닐하우스와 온실을 만들고 유통하는 일을 경험한 것이 현재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곧바로 창업을 통해 회사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그 뒤로 김 대표는 1년여 동안 창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창업에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 그는 이전의 여러 경험이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외삼촌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업 별거 없네’라고 생각하면서 자만을 했어요. 아이템도 없는 상태에서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죠. 그렇게 망하는 과정에서도 ‘아, 이래서 망했구나’하고 배우는 점이 있었어요.”
김 대표의 삶을 들여다보면 무턱대고 들이댄다고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일단 창업을 시작하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 100%를 넘게 발휘하고, 다른 곳으로부터 200%를 끌어와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창업하면서 놀 거 다 놀고, 친구들 만날 생각하는 건 안일한 생각이죠.”

▲ 대표로서가 아닌 김혜연 개인의 목표가 있냐는 질문에 회사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가 다를 바가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지금보다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10년, 2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은 팀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그의 대학 시절 모토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자’였다. “하고 싶은 게 연애든, 여행이든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다 해봐야죠.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면 그렇게 하고 싶은 것들에 선뜻 도전하기 어렵거든요.” 

덧붙여서 김 대표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용감하게 부딪쳐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도 IoT 분야에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 기사로 접한 연구소에 다짜고짜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의외로 답장이 왔다고 한다. “어떤 분야에서 나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과 만나보는 게 좋습니다. 어디 대표님한테 연락드려서 ‘만나고 싶다’고 하면 대부분 거절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요. 여러 사람과 부딪쳐 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종종 강의나 강연을 부탁받는 일이 생기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조금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그대로 행동했을 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잘하고 있는데 내 말을 듣고 그 방법을 바꿀까 봐 그게 걱정됩니다. 어떤 상황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신중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김 대표의 신중하지만 부딪쳐보자는 태도가 현재 그를 있게 한 건 아닐까.

▲ 스마트팜을 개발에 힘쓰고 있는 김 대표다운 목표다. 그가 정말 화성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 박용진 수습기자 joseph21@hanyang.ac.kr
도움: 황수진 수습기자 pooh3975@hanyang.ac.kr
사진 제공: 김혜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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