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내 취향은 내가 결정한다
[장산곶매] 내 취향은 내가 결정한다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5.05
  • 호수 1494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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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김종훈<편집국장>

사람들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 겁니다. 친한 친구의 추천을 듣고 영화를 고를 수도 있고 아니면 많은 관객이 선택한 영화를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필자는 영화를 고를 때 검색을 통해 평점을 꼭 확인합니다.

각 포털사이트나 영화 어플리케이션에는 관람객과 영화 평론가들의 한줄평과 평점이 즐비합니다. 평론가가 아니라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평점을 남기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영화 평론가의 평론은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영화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는 필자에게 그들의 평론은 항상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멋있어 보이는 말로 가득한 곳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느 때처럼 볼 영화를 찾던 중 평론가 평점과 관람객 평점 모두 높은 「이터널 선샤인」에 확 끌렸습니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지금 사랑 영화가 내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평을 남기며 10점 만점을 줬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가장 독창적인 로멘스”라고 극찬하며 평점 9.25점을 줬습니다.

필자는 망설임 없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 뒤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화면은 어지럽게 움직였고, 내용은 이해하려고 노력해봤지만 머리만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를 잘 안다는 일명 ‘영잘알’인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한 영화가 아닌가요. 필자는 자기 자신에게 ‘이 영화는 재밌다’, ‘재밌어야 한다’고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영화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되는 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서도 그 최면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필자는 보던 영화를 멈추고 잠을 청해야만 했습니다.

한 번은 개봉 뒤 혹평을 받은 「아수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박평식 영화평론가는 “지치고 질린다”는 박한 평을 남겼고, 한동원 영화평론가도 “투 머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필자는 이 영화를 봤고, 낮은 기대 탓 때문인지 생각보다 재밌게 끝까지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평론가들이 내린 평가가 무슨 말인지는 이해했지만, 오히려 필자는 그들이 박하게 평가한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SNS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던 라멘집의 인터넷 평이 나빠서 안 가게 됐다.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를 평론가가 ‘시간낭비’라고 하길래 안 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먹은 라멘은 맛있었고 DVD로 본 영화는 재미있었다. 외부에 기준을 맞추면 자기 스스로의 행복조차 모르게 돼 버린다.”

이 글을 본 필자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결정 외에도 영화를 뭘 볼지, 뭘 먹을지 선택하는 사소한 것까지 남들의 말에 따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좋아서 그 행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좋다고 해서 그 행동을 하는 것인지 헷갈렸습니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스스로 내린 결정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평점을 무시하고 본 영화 중에는 정말 재미없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평점이 낮은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과정을 통해 안 좋은 영화나 안 좋은 식당을 걸려낼 수 있는 나만의 ‘선구안‘이 생기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을 통해 자기만의 취향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취향은 그 누구도 만들어 줄 수 없습니다. 모르는 책, 처음 접하는 영화, 처음 먹어보는 음식과 맞닥뜨려야만 내가 뭘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영잘알’이 되는 데는 실패한 필자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평론에 휘둘리지 않는 지금은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좇기보다 내 취향을 먼저 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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