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신질환자의 범죄 방지 위해 제도 손 봐야
[사설] 정신질환자의 범죄 방지 위해 제도 손 봐야
  • 한대신문
  • 승인 2019.05.06
  • 호수 1494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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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현병은 △망상 △언어 와해 △정서 둔감 △환각‧환청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21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의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 경남 창원의 10대가 위층에 사는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 모두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다.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관리 체계의 구멍에 있다. 경남 창원의 10대 피의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조현병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질환자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의 정신 병력을 알지 못해 적절히 대처할 수 없었다.

지난 2017년 정신건강보건법 개정으로 가족이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 개정법은 환자의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정부가 병원 밖에서의 부실한 환자 관리 체계는 강화하지 않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시민사회에 떠넘긴 셈이다.

병원 밖 부실한 환자 관리로 뽑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자기 자신이나 남을 해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통원치료 시키는 ‘외래치료명령제’와 환자 의사와 상관없이 의사, 경찰의 동의만 받아 3일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인 ‘응급입원’이다. 그러나 두 제도 모두 치료비에 대한 보호자의 부담과 병원비를 내지 않고 퇴원하는 환자로 인해 기피하는 병원이 많아 제도 운영이 어렵다.

실제로 전주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안 씨의 경우 그의 형이 사건 발생 12일 전부터 그를 강제입원 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각종 제도의 장벽을 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형은 △동사무소 △법률구조공단 △시청 등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시장이 허가하면 환자를 행정 입원시킬 수 있는 길도 있었으나 지자체는 예산과 민원‧소송 우려 때문에 거부했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막은 것이 이들에 의한 범죄로 이어졌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지켜주겠다고 개정된 법안이 역설적으로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을 강화시킨 것이다.

조현병 환자로 인한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조현병 환자의 자발적인 입원 치료가 최선이지만 주변인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조치까지 고려돼야 한다. 더불어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환자 관리와 철저한 범죄 예방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자료에 의하면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이 3.93%인 것에 비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많이 일으킬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들의 범죄 가능성은 일반인의 강력범죄 가능성보다 현저히 낮다.

물론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를 뿌리 뽑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제도의 허점을 해결한다면 이들로 인해 일어나는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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