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나이에 광고 홍보모델이라니
[칼럼] 이 나이에 광고 홍보모델이라니
  • 조명환<사진작가>
  • 승인 2019.04.14
  • 호수 1493
  • 7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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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환<사진작가>

지난 겨울 오랜만에 귀한 눈이 오는 날이었다. 작은 개인 놀이터 겸 스튜디오에 앉아 있다가 참지 못하고 집에 되돌아가서 배낭 메고 나와 가까운 서울 근교의 우면산에 눈 맞으며 산행을 했다. 스마트폰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어 스팸 전화려니 했는데  파나소닉 마케팅이라며 전문가용 미러리스 카메라가 신제품으로 나오는데 홍보 광고 모델이 가능하냐는 전화였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니 홈페이지 ‘www.sansajin.co.kr’에서 찾았다고 한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을 검토하는 중에 한명을 뽑는 거라면 난 빠지는 것으로 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론은 계약서에 도장 찍어 보낸 상태다.

중·고등학교 때 부유하지 않았지만, 장롱 속에 갈색 가죽 케이스의 독일제 이안리플렉스 카메라가 있었다. 소풍날에는 친구들 사진을 찍어 인화해서 돈 받고 나눠주는 게 사진과의 첫 인연이었다. 대학 때는 HYPO(한양사진연구회)라는 사진 동아리에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일안리플렉스 카메라는 있어 동아리 가입이 가능했지만 카메라도 없이 들어가서 동아리 활동을 하다 니콘의 짝퉁 리코라는 카메라를 중고로 장만했었다.

교실에 있는 시간보다 동아리에 있는 시간이 월등하게 많은 학교생활을 했다. 당시 대부분의 대학교에 있던 사진 동아리가 모인 대학 사진 연합 동아리에서 가끔 야유회도 가고 세미나도 했는데 3학년 때는 한양대의 HYPO가 주관하기도 했다.

매년 정기전시회를 할 때면 암실에서 사진 인화에 필요한 화학약품 냄새를 맡아가며 몇 날 밤을 샜다. 이렇게 인화한 작품은 손수 액자를 만들기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여름 방학에는 제주도 등 전국을 지도교수님 모시고 열흘씩 하계 순회 촬영 다니는 게 큰 행사였다. 

첫 직장은 두산그룹 ‘오리콤’의 컴퓨터 사업부로 들어갔다. 나름 자부심을 느끼며 회사를 다녔다. 그러면서도 월급을 모아 캐논카메라를 장만했고 사내에서 단체 전시회도 하곤 했다. 십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조그만 IT관련 회사를 차려 십여년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살았지만 결국 삶에 치여 돈 벌려고 살면서 아끼던 카메라는 렌즈에 곰팡이가 끼여 남 줘 버렸다.


그러던 중 지천명의 나이 50이 되는 2004년 여름휴가철에 옆지기와 백두산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 백두대간종주를 하는 산악회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한분이 서울 가서도 토요일에 백두대간 산행에 오라는 말에 ‘예’라고 대답한 게 인생길이 바뀌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분과 같이 백두대간 산행을 하였는데 3년이 지나서 한대 68학번 이형대 선배님 인걸 알게 되었고 여태까지 인연이 되어 가끔 밥 사주러 오시곤 한다.

주말마다 백두대간을 오르며 소니의 조그만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산악회 카페에 올리다보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카메라가 신형이 나올 때 마다 점점 큰 것으로 바꾸면서 산 사진 찍는 재미에 빠졌다.

그러다 2006년부터 돈 버는 일을 접고 산을 다니며 산사진을 찍는 일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게 됐다. 백두대간을 서너번 종주하던 2013년에 ‘생것미디어’라는 1인출판사를 설립해 ‘백두대간 생것들’ 사진집을 처음으로 만들게 됐고 그 후로 지금까지 9권의 산 사진집을 냈다.

사진전도 매년 수차례 하면서 재작년에는 터키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산으로 전시도 하고 올해는 뉴욕 첼시 갤러리에서 한국의 혼불이란 주제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전시하기 위해 7점을 보낸 상태다. 그리고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는 5월 22일부턴 ‘아름다운 우리강산’ 주제로 사진전이 계획돼 있다.

업종을 바꿔 산사진에 올인한 지 수십 년 만에 카메라 홍보모델로서 광고를 촬영하게 되면 피부 관리는 받아야 하나 옷은 어떤 콘셉트로 입어야 하나 고민 아닌 즐거운 상상을 이 나이에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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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화 2019-05-07 15:04:34
형님. 축하드리고 존경합니다.

김현주 2019-05-07 17:02:32
피부가 나쁘면 뽀샵하면 되니 즐거운 상상만~~
ㅎ ㅎ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