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중에서도 약자인 여성 노숙인
노숙인 중에서도 약자인 여성 노숙인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9.04.14
  • 호수 149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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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여성 노숙인
여성 노숙인을 고려한 시설 부족
젠더적 특성 고려한 정책 요구돼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숙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숙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숙인 1만1천340여 명 중 남성 노숙인은 8천333명(73.5%), 여성 노숙인은 2천929명(25.8%)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여성 노숙인의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 현행 실태 조사 방식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실태 조사는 조사원들이 같은 시간 밀집 지역 내에 있는 노숙인의 수를 세는 ‘일시 집계 조사 방식’을 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 2010년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서울시 노숙인 지원 정책 성별 영향 평가’에 따르면 여성 노숙인의 주요 노숙 장소는 ‘돈을 내고 생활하는 곳’이 53.3%로 가장 많았고, ‘거리’ 36.7%, ‘돈을 내지 않고 생활하는 곳’ 6.7%, ‘기타’ 3.3%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안형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돈을 내고 생활하는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은 포착하기 어렵다”며 “현행 실태 조사에서는 지적 장애가 있거나 정신 질환이 있는 등 외적으로 여성임이 드러나는 노숙인의 경우에만 포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은 △부인과질환 △성범죄 △정신질환 등 각종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이중에서도 여성 노숙인은 특히 성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여성 노숙인의 경우 성추행 및 성폭행의 피해 경험이 남성에 비해 5배에서 많게는 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송아영<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이라는 성별과 노숙을 하고 있다는 요소 등은 성범죄 노출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성 노숙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 2017년 12월 기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숙인 시설은 118개로 정원은 1만359명이다. 전국의 여성 노숙인 전용시설은 정원대비 9.3%에 불과한 15군데에 불과하며, 이들 시설의 정원은 961명으로 여성 노숙인의 34.2%만이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 중 9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어 지방에서 지내고 있는 여성 노숙인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송 교수는 “여성 노숙인 시설의 양적 부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특히 여성의 경우 노숙 경로, 노숙 후 보이는 건강 상태도 남성 노숙인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시설 내 서비스도 여성에 맞춰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 지원 센터 입소에 있어서도 여성 노숙인의 특성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여성 노숙인은 자녀를 동반한 경우도 있어 남성 노숙인과 다른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자 가정 센터 역시 중학생 이상 남자아이나 생후 7개월 이전 아이를 동반할 경우 시설에 입소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송 교수는 “아이를 동반하는 여성 노숙인의 경우 가족지원 서비스도 필요하지만 절대적 자원 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 방향도 문제를 지닌다.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노숙인 등의 입소·퇴소 결정 및 다른 사회복지시설로의 전원 등 필요한 조치를 위해 입소·퇴소심사위원회를 둘 수 있다. 안 상임활동가는 “지난해 여성 자활 시설에 입소해 있는 여성이 강제 퇴소 조치를 당했던 사례가 있었다”며 “퇴소 심사위원회에서 해당 여성은 무연고자가 아니기 때문에 시설 입소가 부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관계로 ‘노숙인’을 정하는 것이 아닌 주거의 유무와 적정성을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어 안 상임활동가는 “가정 폭력과 불화로 거주지를 상실한 사람에게 폭력과 불화가 이뤄졌던 현장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며 “이는 현실에 무지한 정책에 기반한 부적절한 처사”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노숙인 지원 체계는 대부분 시설중심으로 구성돼 자활 및 지역 사회 자립에 필수적인 주거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송 교수는 “노숙 생활이 만성화 되는 여러 문제를 동반하게 되고 노숙인들이 자립이나 독립하기 어려워 진다”며 “지금과 같은 사후적 노숙인 대책보다 사전적이고 예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여성 노숙인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지원주택 제도를 벤치마킹해 지원주택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지원주택 제도는 독립적인 주거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주거비의 주택과 더불어 자립생활을 위한 복지서비스와 사례관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주거 형태다. 더불어 서울시는 지난 2011년부터 거리 노숙인 감소를 위해 노숙인에게 고시원 등의 월세를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하는 ‘노숙인 임시주거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주거 지원을 받은 862명 중 84%에 이르는 724명은 주거 지원 종료 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 반드시 젠더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상임활동가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의 여성 노숙인에 대한 젠더적 특성에 대한 관점이 부재한 실태 파악 방법과 정책은 여성 노숙인의 범죄 피해나 복지 서비스 배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안 상임활동가는 “실태조사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실태조사 대상부터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노숙인에 대한 복지법은 노숙인 시설 이용자, 일부 지역 쪽방 주민들이 전부지만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들 전부를 노숙인 정책 대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회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노숙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고 재활 및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개정안은 노숙인들의 정신건강 증진계획과 노숙인 시설의 설치·확보 및 주거지원·복지서비스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 노숙인의 젠더적 특성을 고려한 노숙인 지원사업과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여성 노숙인에게 보건위생물품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송 교수는 “노숙은 말 그대로 안정적인 주거 자원이 부족한 대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면 노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주거지원”이라고 말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을 시작으로 시설 중심의 여성 노숙인 정책에서 벗어나 ‘여성’이라는 젠더적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확충돼야 한다.

도움: 송아영<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안형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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