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결코 '정상참작' 돼서는 안 되는 일들
[아고라] 결코 '정상참작' 돼서는 안 되는 일들
  • 한대신문
  • 승인 2019.04.08
  • 호수 1492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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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원 대학보도부기자
▲ 정예원<대학보도부> 정기자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하며 승객 304명이 사망,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는 아직까지 노란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올해로 세월호 5주기를 맞이해 전국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참여연대는 서울 종로구의 건물에 ‘기억의 벽’을 설치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5년이 흐른 2019년까지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 및 경찰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 등의 이유를 중심으로 들었다. 하지만 세월호가 상징하는 의미는 결코 선박 운영과 관리 체제의 미숙 정도로 그칠 수 없다. 그 속에는 공무원들의 무능, 국가 지도자의 무능력, 어른들의 미숙한 대처를 비롯해 재벌가의 정경유착과 정치권의 비리 등 한국 사회 기저의 문제들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적폐로 인한 사건이 세월호 하나뿐일까. 왜 우리 사회는 다른 사고의 희생자들보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일까. 왜 세월호 참사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일어났으며, 여전히 노란 리본을 상징으로 우리의 기억 한 편에 남아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는 세월호가 역사적 우연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수많은 적폐들을 상징하는 촉매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세기 말 프랑스, 유대계 프랑스 육군 장교인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의 스파이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레퓌스는 정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범인으로 몰렸다. 진범이 잡힌 이후에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억울한 옥살이를 몇 년간 겪었던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은 ‘정상참작’이었다. 

이에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의 논설 ‘나는 고발한다.’를 시작으로 프랑스 사회에 분노의 물결이 일었고, 결국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배경이 됐다.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유대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기존에 존재해 왔음에도 왜 하필 ‘드레퓌스 사건’이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가 하는 것이다. 드레퓌스보다 억울하게 실형을 살고 죽어나간 유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드레퓌스 사건과 세월호 사건의 공통점은 슬프게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유대인 차별이 존재했던 것처럼 우리 공무원들과 지도자들의 적폐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역사적 우연성에 의해 ‘세월호’는 단순한 선박 침몰 사고 이상의 상징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혁명에 역사적 기록이 된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드레퓌스는 사건이 일어난지 12년 만에 ‘정상참작’에서 벗어나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우리도 세월호 같은 사건이 더는 반복되지 않아 비로소 특별한 아픔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짊어진 문제들을 결코 ‘정상참작’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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