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정원 감축, 예견된 갈등
학과 정원 감축, 예견된 갈등
  • 이지윤 기자
  • 승인 2019.04.08
  • 호수 1492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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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제7차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에서 2020년에 신설되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정원 확보를 위해 총 19개 학과에서 20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정원 감축 대상 학과 학생회는 학교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혀 전달받지 못 했다. 사회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현호<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7> 씨는 “해당 사안은 3월 4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대평 의원인 직전 비대위원장의 보고를 통해 전달 받았다”며 “심지어 학생 및 교수 동의서에 관련한 내용은 해당 대평 의사록을 검토하며 확인했다”고 전했다. 

학교는 의사결정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제7차 대평에서는 과거 정원 조정 심의 시, 향후 정원 조정 시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겠다고 했으나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평은 각 학과 소속교수 및 학생대표의 학과동의서를 받는 조건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대평 의결사항과는 다르게 해당 사안의 주무부처인 교무처는 학교는 학생 동의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장 강현우<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8> 씨는 “학생 동의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학교의 결정은 학생이 주축이 되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에 지난달 29일 학우 약 2천여 명의 학생 동의절차 지지서명과 사회학과 학생회가 의결한 학교를 규탄하는 규탄 결의안을 전달했다. 그러나 지지서명과 규탄 결의안이 전달된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학교는 이번 역시 학생 동의서를 받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학교는 “대평 의결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며 “그러나 사안의 탄력적 추진을 위해 일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학교는 이번 의사결정과정의 흠결과 부족함이 있었음을 일부 인정했다. 더불어 향후 정원 감축 및 조정 등과 같은 사안에 있어 학생들과 논의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은 학생들의 동의절차를 생략했다는 것 외에도 문제를 지니고 있다. 학교에서 내세운 정원 감축 원칙은 다음과 같다. △평가 순위가 낮은 학과부터 정원을 줄인다 △정원 감축 인원은 학과 규모와 상관없이 통일한다 △정원 감축 학과 선정에는 신설 학과의 전공 속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우리 학교 7기 교수평의원회 의원인 이승수<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평가 기준과 지표의 정당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기업의 요구에 대학이 순응해야 하는지, 정부의 정책이나 언론사의 평가 행위가 정당한 것인지도 질문을 덜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학교가 지표 산출에 급급하고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사상을 창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학과 정원 감축 과정에서 학과의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박 씨는 “한 사람이 줄어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과가 있다”며 “본부와의 간담회에서 전달받은 바에 따르면, 음대의 경우 정원 감축으로 인해 학생들의 합주 진행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더불어 “일방적인 정원 감축과 조정이 반복된다면, 향후 학과통폐합 등도 학생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실제로 간담회에서 학교가 ‘만약 모든 정원 조정 사안을 학생들에게 동의 받아야 한다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아 학교는 이를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평은 △교수평의원 △교직평의원 △학생평의원 동등하게 학교의 주요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마련된 기구다. 박 씨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본부가 대평의 설립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학내 구성주체간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대평의 기본적 취지를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씨는 “본부가 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캠은 올해 말에도 ‘심리뇌과학과’ 신설을 위해 추가 정원 감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심리뇌과학과 신설 논의 과정에서도 이번 사안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학생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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