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우리가 신문에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장산곶매] 우리가 신문에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 김종훈 편집국장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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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편집국장
▲ 김종훈<편집국장>

지난 1일, 대구와 전북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프로축구가 개막했고, 지난 주말 프로야구도 개막하며 스포츠팬에게 진정한 봄이 찾아왔다. 축구와 야구 모두 좋아하는 필자에게도 봄은 반가운 계절이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2004년 고작 230만 명이었던 관중은 최근 3년간 8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인기 덕에 기존 8개 구단 체제에 NC와 KT가 창단하며 10개 구단 체제가 됐다. 반면 프로축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1년 300만 명을 넘던 관중은 지난해 120만 명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 프로축구는 관중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고작 3라운드가 진행됐지만,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축구장을 찾았다. 이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42%나 높은 수치다.

그간 프로축구의 인기 저하 요인을 낮은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TV를 통해 영국프로축구나 스페인프로축구 등 수준 높은 유럽 축구 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 프로축구를 보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갑작스레 관중이 증가한 원인이 뭘까. 고작 1년 사이에 우리나라 축구 수준이 확 늘었을 리는 만무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대구FC의 신축 구장을 요인으로 꼽는다. 대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500여억 원을 들여 축구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를 지었다. 

이미 유럽에서는 당연한 축구전용구장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광양 △창원 △포항 △인천 △대구 5곳에 불과하다. 축구전용구장은 다목적구장과 달리 필드와 관중석 사이에 육상트랙과 같은 장애물이 없어 관중이 경기를 더 박진감 넘치게 즐길 수 있다. 경기력보다는 축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이 관중을 늘린 것이다. 

학보사도 3월을 맞아 지난겨울 열심히 준비한 개강호로 독자들과 만났다. 하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진 않다. 

학보사를 포함한 대학언론은 이미 위기라고 말하기도 힘들만큼 학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지 오래됐다. 어쩌면 현재 많은 학보사는 좋은 기사로 독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폐간되지 않고 발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그 이유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자본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면 대학언론은 위기 아닌 폐간을 맞았을 것이다. 방송사의 시청률이나 신문사의 구독률이 떨어지면 이는 곧 광고 수익의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학보사의 구독률이 줄어든다고 해서 인쇄부수를 줄이거나 기자를 자르지 않는다. 

두 번째는 경쟁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1개 대학에 학보사나 방송국이 각각 하나씩 있다. 각 학보사와 방송국은 독점적으로 학내에 있는 종이 매체와 방송 매체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경쟁할 대상이 없다 보니 특종을 놓쳐 *물 먹는 일도 없다.

대학언론도 프로축구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으면 어떨까. 어쩌면 지금까지 학보사 기자들은 열심히 글을 쓰면서도 그 기사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지는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수준 낮은 기사, 글이라서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신문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지 돌아봐야할 때다. 

가판대를 좀 더 눈에 보이는 곳에 비치하거나 가판대 디자인을 더 세련되게 하는 것만으로도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모른다. 기사를 읽게 하는 것 이전에 그들의 손에 신문이 들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북이 쌓여있는 신문 앞에서 종이 매체의 쇠락을 운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학생들이 글 읽는 걸 싫어한다고 탓하는 것은 더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기자들의 밤샘노력이 짜장면 밑에 신문지로 깔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물 먹다: 특종의 반대말로 특종을 다른 언론사에 빼앗기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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