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자율성을 위한 한걸음
개편된 대학재정지원사업, 자율성을 위한 한걸음
  • 김민주 기자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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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와 ERICA캠퍼스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대학인문역량강화 CORE’(이하 CORE)와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 PRIME’(이하 PRIME)에 선정돼 교육부로부터 대학 재정을 지원받았다. 이런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올해 대폭 개편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인 △자율역량강화 ACE+ △대학특성화 CK △PRIME △CORE △여성공학인재양성 WE-UP, 5개 사업이 통합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 따라 자율개선대학으로 131개교, 역량강화대학으로 30개교를 선정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모든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 12개교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3년간 시행된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관해 “대학에서 요구하던 포괄적 재정지원방식을 받아들여 재정지원사업을 사업별 지원에서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단일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총 5천688억 원으로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에 각각 5천350억 원, 296억 원이 지원된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금은 학교 규모가 반영된 산출식에 따라 배분된다. 하지만 내년부터 전체 지원액의 80%는 학교 규모에 따라, 나머지 20%는 연차‧종합 평가 등의 성과 평가 결과와 연계해 추가 지원금 형식으로 차등 지원된다. 연차별 평가는 대학 스스로 1년을 기준으로 세운 자율성과지표 달성 여부와 교육부가 지정한 핵심성과지표에 따른 △교육비 환원율 △사업비 집행 적절성 △재학생 충원율 △총 강좌 수 등에 따라 이뤄진다.
 

자율성 보장으로 대학 중장기 발전에 도움
이전 재정지원사업은 인문학이나 공학같이 지정된 한정된 분야에 지원금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대학은 교육부가 지정한 분야로 사업 계획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임은희<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재정지원사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원 방식이 바뀐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대학은 자신들이 세운 중장기 발전계획을 시행하지 못하고 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따라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 및 교육 연구자는 이번 개편에 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황인성<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학의 특성화가 반영된다면, 대학별로 다양한 사업들이 구안되고,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강사법과 연계해 자율성 침해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이전의 재정지원사업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했지만, 대학의 목줄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우선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위해 관련 내용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핵심성과지표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 강좌 수를 핵심성과지표에 포함한 것은 학생의 강의 선택권과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함”이라며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주목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 이런 교육부의 방침은 자율성 침해로 느껴질 수 있다. 황 사무국장은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강사법은 서로 다른 정부 정책이므로 이를 연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황 사무국장은 “강사법과 관련한 지표를 성과지표에 포함한 정부는 강사법 정착을 위해 재정 마련 등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에 이 재정적 부담을 떠넘긴다”며 교육부의 계획을 비판했다.

또 대학혁신지원사업 공청회를 통해 교육부가 지원금을 시간강사의 임금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밝혀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간강사의 임금이라도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관련한 임용이라면 지원금을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 A씨는 “재정난으로 기존의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강사법과 관련한 지표를 성과지표로 포함했음에도 지원금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에 제한을 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시간강사 측은 교육부의 방침을 환영했다. 이상룡<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재정의 압박이 심한 대학의 입장에서 핵심성과지표에 강사법과 관련한 지표가 포함된다면 학교는 이를 잘 준수할 것”이라며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평가지표에 추가하는 교육부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핵심성과지표에 ‘총 강좌 수’를 추가하는 것은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에 빈약하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총 강좌 수’만 평가한다면 전임교원의 책임 시수를 높이거나 강사보다 최대 시수가 많은 겸임‧초빙교수를 활용하는 대학의 꼼수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수석부위원장은 “대학은 강사의 인건비를 확보할 능력이 없다”며 “지원금을 강사의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줄 세우기’ vs ‘평가 위해 어쩔 수 없어’
일각에서는 연차별 평가에 따라 20%의 지원금을 분배하는 것을 두고 결국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황 사무국장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사업을 실시하며 눈에 보일만 한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성과에만 집착해서 성과 달성을 강요한다면 그들이 말한 자율성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중장기 발전계획 실천을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취지로 본다면 긴 시간을 진행하는 사업을 두고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1년 만에 이에 대한 결과를 보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황 사무국장과 A씨는 “평가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분배하는 것은 대학 간의 경쟁을 가열하고 서열화를 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임 연구원은 위와 같은 비판에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연차별 평가는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줄 세우기’라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 80%라는 큰 규모의 재원을 학교 규모에 맞춰 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의 목적과 취지를 잘 반영한 평가지표를 형성하기 위해 정책 연구진과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공정한 평가지표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본격적인 대학혁신지원사업 시작은 올해 지원 성과가 나오는 내년부터다. 그러나 벌써부터 대학과 교육부, 그리고 시간강사의 입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대학, 시간강사 양측과의 논의를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보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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