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어떻게든 신문은 나온다
[취재일기] 어떻게든 신문은 나온다
  • 이지윤<대학보도부> 부장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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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윤 대학보도부 부장
▲ 이지윤<대학보도부> 부장

 

2018년 3월,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혹해 한대신문에 수습기자로 들어왔다. 한대신문 동기들은 입을 모아 ‘신문사를 중간에 그만둘 것 같은 사람’으로 필자를 지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필자에게 한대신문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시작되는 마감 회의는 토요일 새벽이 돼서야 끝난다. 토요일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집에 갈 때면 뿌듯함보다는 ‘지금 집에 가면 몇 시간을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조판 작업이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매 발간이 끝날 때 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한대신문 나가고야 만다’고 되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필자의 이름을 단 기사가 나올 수 있는 건 ‘책임감’ 덕분이다. 신문사를 그만 두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업무를 다른 누군가 해야 한다. 현재 업무만으로도 기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필자가 한대신문을 그만 둬서 다른 기자가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신문이 나오는 과정은 인내의 연속이기도 하다. 기존 기획안이 엎어져 새로운 기획안을 작성해야 할 때, 함께 조판 작업을 하는 업체와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조판이 늦어질 때, 인터뷰 컨택이 잘 이뤄지지 않아 기사 마감 당일 인터뷰를 해야 했을 때. 모두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대학보도부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면 마음속에 참을 인(忍)자를 수 백 번 쓰기도 한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 직원이 휴가를 가거나, 회의 중이라거나, 다른 업무로 인해 인터뷰를 잊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하는 기자들을 생각하며 버텼다.

필자는 대학보도부 부장이 됐다. 내 기사만 신경 쓰던 정기자 때와 달리 신경써야할 것이 늘었다. 매 발간 때 마다 “부장님 인터뷰 컨택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부장님 기획안 새로 써야할 것 같은데 어쩌죠?”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마감 때면 모든 대학보도부 기자들이 써온 기사를 *데스킹 한다. 몇 시간 내내 원고를 읽고 있을 때면 아무 것도 읽히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흰 것은 종이고 검은 것은 글자다’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 순간이다. 그뿐인가?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기에 부서 내 분위기에도 신경 써야한다. 수습기자, 정기자를 거쳐 부장이 됐음에도 신문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절감했다.

‘어떻게든 신문은 나온다’. 누군가 신문사에 있는 거울 위에 써놓은 문구다. 맞다. 어떻게든 신문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신문을 나오게 하는’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취재일기를 빌려 한대신문에서 만났던, 함께하고 있는 그리고 함께하게 될 기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필자는 한대신문에서의 마지막 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보도부에서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한 학기를 무사히 마무리 짓는 것. 이것이 대학보도부 부장으로서의 나의 목표다.

*데스킹: 현장 취재기자의 원고를 고참 기자가 검토해 다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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