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인터랙티브 콘텐츠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 인터랙티브 콘텐츠
  • 정주엽 기자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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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생극장’이란 코너를 아는가? 이 코너는 개그맨 이휘재의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시청자들은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래 결심했어!’ 이후 줄거리를 예상하곤 했다. 

그렇다면 단순한 상상을 넘어 시청자가 창작물의 줄거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콘텐츠가 있다면 어떨까. 최근 이런 요소를 도입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이하 인터랙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Netflix)에서 지난해 12월 공개한 인터랙티브 필름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시청자가 직접 이야기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게임처럼 여러 가지 결말을 갖고 있으며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러닝타임 역시 달라진다. 이를 시청해본 조성주<예체대 연극영화학과 18> 씨는 “주인공이 마치 나인 것 같은 느낌에 현실감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의 유행은 비단 영화만의 일은 아니다. TV에서도 인터랙티브 요소를 도입한 프로그램이 출현하고 있다. MBC 예능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는 프로그램 중간 시청자의 문자 투표를 통해 줄거리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전 제작한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시청자가 선택한 것을 송출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서도 인터랙티브 요소가 자주 등장한다. 2017년 넷플릭스가 먼저 아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를 선보였고 네이버에서도 지난해 12월 아이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동화 서비스 ‘동화 만들기’를 출시했다.

이런 콘텐츠가 최근 주목받는 배경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기술적 인프라가 마련됐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박성철<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통신기획팀> 팀장은 “인터랙티브  자체가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라며 “즉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모바일과 인터넷 기술이 뒷받침되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형태가 능동적으로 변화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박 팀장은 “현재 콘텐츠 소비자들은 인터넷 댓글, 1인 방송에서의 채팅 등으로 콘텐츠 참여에 익숙해져 있다”며 “소비자의 능동성은 제작자들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콘텐츠 참여를 유도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가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되는 것이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이다. 이것은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형식 자체에서 기인한다. 조 씨는 “선택하는 행위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영화의 개연성과 스토리를 온전히 느끼기에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 역시 존재한다. 박 팀장은 “선택에 따라 수집되는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도 같은 세부적인 사생활 정보가 노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팀장은 인터랙티브의 미래에 대해 “콘텐츠에 도입될 신기술과의 결합이 잘 이뤄진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현재의 인터랙티브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 인터랙티브의 성장이 기대된다.

도움: 박성철<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통신기획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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