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구독'하고 계시나요?
당신은 무엇을 '구독'하고 계시나요?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3.25
  • 호수 149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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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종복<사회대 정치외교학과 14> 씨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통해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배송 받아 이용하고 있다. 원 씨는 “매번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가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식료품이 아닌 다른 상품도 유사한 서비스가 많아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처럼 구독경제 서비스란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불해 정해진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한정돼 있던 구독 방식이 최근에는 음원, 동영상 스트리밍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물론, △가구 △식료품 △의류 분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심리
구독경제 서비스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 원인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경험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소비 관념의 전환 때문이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는 모든 것이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 너무 느려터진 생각’이라며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경제활동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곧 자멸하는 길’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소유의 의미는 점차 축소돼 가고 있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과거만큼 물건을 소유하려는 열망이 강하지 않다”며 “소유해 물건을 가지는 것보다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게 경제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구독경제의 장점은 목돈을 들여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일정 주기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계수<세명대 기업경영학과> 교수는 “제한된 자원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소비자에게 구독경제 서비스는 현시대에 최선”이라 전했다.


우리는 무엇을 ‘구독’할 수 있는가
구독경제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불한다는 전제 하에,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에 따라 △정기배송 모델 △무제한 이용 모델 △렌탈 모델 등으로 분류된다.

정기배송 모델은 정해진 기간의 구독료를 납부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로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것이다. 구독경제 서비스 중 가장 흔한 방식인데, △반찬 △생수 △유제품 △화장품 등 생필품을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번 마트에 들리는 것보다 훨씬 편리한 셈이다. 

이런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정기배송 서비스다. 소비자는 전날 구매하면 다음 날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의 상품 중 인기 있는 일부 품목을 지정한 날짜에 맞춰 배송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례로, ‘펫박스’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용자에게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용품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펫박스는 정해진 주기로 사료를 보내주고,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맞는 생애주기별 맞춤 상품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외에도 정기배송 모델은 원두부터 칫솔, 면도기 등을 보내주고, 심지어 야식과 맥주까지 정기적으로 배송하며 그 품목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무제한 이용 모델은 구독료를 납부한 뒤 정해진 기간 무제한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무제한 이용 모델은 월정액을 기반으로 하는 음원 및 동영상 스트리밍, 전자책 대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많다. △넷플릭스(Netflix) △왓챠(Watcha) △옥수수(Oksusu) △밀리의 서재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무제한 이용 모델이 요식업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는 월 2만9900원을 지불하면 아메리카노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W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렌탈 모델은 이용 기간 각종 상품을 주기적으로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다. 렌탈 모델의 주요 상품은 △가구 △의류 △자동차 등 비싸서 구매하기 부담스럽거나 유행을 많이 타는 제품인 경우가 많다. 월 이용료를 내고 쓴 후 돌려주고, 다시 다른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사용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의 소비 체험을 할 수 있는 건 물론, 유행에 맞춰 상품을 대여해 줘 상품을 고르는 데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일례로, 데일리룩 구독 서비스 ‘줄라이’는 사용자에게 맞는 옷을 격주 단위로 배송·회수해가는 의류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할 땐 신중하게
구독경제 서비스는 소유보다 소비 위주이다 보니, ‘구독을 취소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으로 서비스에 대책 없이 가입했다간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신뢰할 만한 구독경제 서비스인지 미리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처지를 고려해 이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 씨는 “정기 배송 구독 신청을 했다가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남은 기간 울며 겨자 먹기로 상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구독경제 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도해지할 경우 위약금 등 금전피해나 불이익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며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구독경제 서비스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오고 있다. 스위스 금융기관 ‘크레디스위스’의 조사에 의하면, 구독경제 서비스의 산업규모는 2010년부터 꾸준히 상승해 2020년에는 6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의식주부터 문화 콘텐츠까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구독경제 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지고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구독경제 서비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런 구독경제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가져다줄 편의가 기대되는 동시에, 사용자 역시 합리적인 소비 의식을 갖춰야 할 때이다.

도움 :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계수<세명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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