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길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길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9.02.28
  • 호수 1489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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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씨네21> 기자

지난해 영화관을 찾은 사람은 2억1639만 여명. 수많은 관객은 저마다 기준을 갖고 영화를 선택한다. 이때 영화를 좀 안다하는 평론가의 평에 눈이 가기도 한다. 평론을 읽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때가 있는가하면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송경원<씨네21> 기자는 평론을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송 기자는 국어국문학과(01) 재학 시절 영화 평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 단순히 관심을 넘어 평론을 업으로 삼고 있다. ‘영알못’이었던 그가 평론가, 영화 전문 기자가 되기까지 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 그의 이야기가 상영된다.

당산역 인근 카페에서 송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의 인생 이야기에서 글 쓰는 일은 빠지질 않았다.
▲ 당산역 인근 카페에서 송 기자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의 인생 이야기에서 글 쓰는 일은 빠지질 않았다.

‘영알못’의 영화평론 도전기
송 기자는 어린 시절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문과와 이과 사이에서 고민도 없이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도 ‘당연히’ 국어국문과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국어국문과와 실제 국어국문과는 달랐다. 그는 창작과 동떨어진 어문이나 맞춤법 위주로 이뤄진 전공 수업에 작은 좌절을 맛봤다.

그러던 중 문화콘텐츠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하며 그의 삶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고 쓴 에세이가 교수님께 호평을 받은 것이다. 당시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던 그는 그저 영화에 대한 ‘감상문’ 쯤으로 평론에 접근했다. “쇼트나 몽타주 같은 영화에 대한 개념이나 용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썼는데, 칭찬을 받고 영화평론에 관심이 생기게 된 거죠.”

그는 영화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말 그대로 ‘영알못’이었다.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영상대학원을 택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송 기자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주변 사람들과 비교되는 자신이었다고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영화 한, 두 편은 보니까 꽤 많이 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주변 사람들은 일명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편’을 다 보고 그 감독들의 다른 작품도 보고 있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중에 10편도 못 본 상태였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격차 때문에 막막하던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많은 영화를 다 볼 필요는 없구나.” 송 기자는 무작정 영화를 많이 보는 것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내가 더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유명한 영화는 어느 정도 봐야 하지만, 나만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만의 영화 계보’를 만들어나가며 영화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었다.
 

송 기자는 2006년 영화「달콤한 인생」비평으로 한대신문 문예상을 수상했다. 왜 이 영화를 비평 대상으로 골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시 모두가 호평하던 영화지만, 내게는 걸리는 점이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비평을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
▲ 송 기자는 2006년 영화「달콤한 인생」비평으로 한대신문 문예상을 수상했다. 왜 이 영화를 비평 대상으로 골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시 모두가 호평하던 영화지만, 내게는 걸리는 점이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비평을 통해 설명하고 싶었다.”

운 좋게 시작된 영화평론가 생활
그는 대학원 진학 후 1년 만에 ‘씨네21 영화 평론상’을 받으며 잡지에 글을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선되고 나서 자신을 뽑아준 평론가에게 당선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영화에 접근하는 방식이 신선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평론가가 되고 남을 심사하는 지금에서야 그는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 준비가 돼 있는 글은 뻔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오히려 특이한 글에 시선이 갑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비전공자들의 글이 눈에 띄기도 하죠.”

그는 공모전의 90%는 운이라고 말한다.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그 심사위원이 어떤 취향인지, 그해에는 어떤 작품을 원하는지 등 심사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 그러나 운이 전부는 아니다. 나머지 10%가 중요한 것이다. 송 기자는 심사 과정에서 1차 예선을 통과할 만큼 실력을 갖춘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을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10%의 역량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송 기자는 상을 받고 글을 쓸 기회를 받았지만,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스스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글을 써서 대중에게 보여주면 자신의 미숙함이 드러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는 그때 선배의 말을 믿고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완전히 준비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그때 주어진 걸 해나가면서 경험을 쌓고, 그게 쌓이면서 경력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시작한 거죠.”

영화 기자로 10년 정도 활동한 그의 일상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매일 있는 기자 시사회를 다니며 하루에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 현재 그가 소속돼 있는 잡지사의 기본 회의에 참여하고 그곳에서 매주 할 일이 주어진다. 주로 인터뷰나 취재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낮에는 그렇게 외부 업무를 주로 다니고, 대부분 글 쓰는 작업은 퇴근 후에 이뤄진다고 한다. “회사 퇴근 시간은 있는데, 글 쓰는 걸 일이라고 생각하면 퇴근 시간이 없는 거죠. 이 일의 가장 힘든 점 중 하나에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묻는 질문에 당황한 그는 조심스럽게 한국 감독 중 봉준호를 꼽았다. 그는 “자국의 문화적 바탕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있다”며 “봉 감독은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감각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한다”고 전했다.
▲ 가장 좋아하는 감독을 묻는 질문에 당황한 그는 조심스럽게 한국 감독 중 봉준호를 꼽았다. 그는 “자국의 문화적 바탕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있다”며 “봉 감독은 한국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감각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한다”고 전했다.

송경원이 영화를 바라보는 법
영화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그는 일단 처음에는 ‘그냥’ 본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일부러 ‘분석하면서 봐야지, 특이한 걸 찾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보지 않고, 영화가 이끄는 대로 본다. 그렇게 한 번 보고 머릿속에 무언가 남으면, 영화를 한 번 더 보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다. 이 지점에서 송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와 영화 보는 방식에 맞닿는 지점이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층이 두꺼운’ 영화다.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봐도 지루하지 않고, 감독이 전하고 싶은 새로운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평론을 쓸 때도 그가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지금 쓰는 글이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인지 묻는 것이다. 송 기자는 평론을 오래 하다 보면 이론이라는 틀에 갇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주객이 전도돼 영화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 지식에 맞춰서 영화를 해석하는 데 급급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영화 보는 것을 지양한다. 남들이 호평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걸리는 지점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쓰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이 이미 한 이야기가 아닌지 점검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 ‘누군가 한 이야기는 아닐까?’, ‘누가 이미 쓴 표현, 문장, 단어가 아닐까?’를 신경 쓴다. 송 기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은 저도 읽고 싶지 않아요. 남들이 포착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하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그가 끊임없이 ‘자신만의’라는 표현을 썼다. 대학 시절부터 자신만의 이야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계속 찾아온 결과가 지금의 송 기자의 평론과 기사에 드러나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닐까. 그의 삶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만의 것을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든다.

누군가가 '너 뭐하는 사람인데?'라는 질문을 하면 이 말을 제일 먼저 할 것 같아요.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제 인생의 큰 방향과도 비슷한 말인 것 같네요.
▲ 누군가가 '너 뭐하는 사람인데?'라는 질문을 하면 이 말을 제일 먼저 할 것 같아요.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제 인생의 큰 방향과도 비슷한 말인 것 같네요.

사진 정주엽 기자 jooyup100@hanyang.ac.kr
도움: 우지훈 기자 1jihoonwoo@hanyang.ac.kr
사진 출처: http://www.cine21.com/movie/info/?movie_id=8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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