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위기
[칼럼]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위기
  • 하동완<공대 RC 행정5팀>
  • 승인 2019.03.04
  • 호수 1489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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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완공대 RC 행정5팀
▲ 하동완<공대 RC 행정5팀>

한국 대학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졸업장으로 취업하던 시대는 지났다. 학령인구는 반 토막 났다. 가만히 있어도 수천 명이 입학하며 불만 없이 등록금을 냈던 한국 대학의 좋은 시절은 이제 끝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한국대학의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스마트에듀케이션은 대학의 국경을 지웠다. 온라인으로 미국 명문대 강의를 실시간으로 듣고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지금, 한국 학생이 한국 대학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시대는 대학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미네르바스쿨은 대학 변화의 좋은 예다. 2014년에 개교한 이 학교에는 캠퍼스와 교실이 없다. 전체 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듣는다. 수업은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며 수강인원은 20명으로 제한된다. 학생의 수업참여 활동은 서버에 저장된다. 교수는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세밀한 평가와 조언을 내린다. 수업이 끝나면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는 문제해결이 주를 이룬다. 기숙사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토론한다. 온라인에서는 전 세계 20여 개 도시에 산재한 학생들이 구글 독스로 의견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 2016년 미네르바스쿨에 지원한 학생의 수는 약 1만6천 명이었다. 합격률은 1.9%였다. 하버드, 예일대학보다도 경쟁률이 높았다. 입학생 중에는 아이비리그 합격을 포기하고 온 학생도 있었다. 일반 대학에서는 다른 사람이 연구한 지식과 이론을 배우지만 미네르바스쿨에서는 학생이 직접 지식과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미네르바스쿨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하다. 대학의 전통적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 21세기의 학생들은 간판보다 내실을 선호한다. 내실있는 교육과 실질적 역량 강화를 원한다. 전통 명문으로 인정받아온 대학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교육 혁신에 실패한 대학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우리 대학은 PBL(Problem Based Learning) 학습법을 필두로 교육혁신에 나서고 있다. PBL 학습법은 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학습모델이다. 특히 ERICA캠퍼스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IC-PBL 센터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PBL 과목을 개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고, 제시한 해결 방안을 실제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다. 문제 인식, 해결 방안 모색, 적용, 평가를 한 학기 동안 경험하며, 창의와 협력을 피부로 배운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문제해결 과정을 경험하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학교 교육만으로는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과 취업 준비를 따로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 교육과 산업 현장의 괴리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비싼 등록금을 4년 동안 내고 졸업해도 실무에서 필요한 능력과 지식은 다시 습득해야한다. 대학교육이 사회에 끼치는 비효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은 문제해결에 능한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재를 원한다. 기존 대학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이에 PBL과 같은 혁신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4차산업혁명에 발맞춘 교육과정 편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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