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 유행을 넘어 문화로
독립잡지, 유행을 넘어 문화로
  • 우지훈 기자
  • 승인 2019.03.04
  • 호수 148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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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종이 잡지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년 잡지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잡지 산업 전체 매출은 2014년 대비 24.7%나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점 잡지 판매대를 독립잡지가 새롭게 채우며 독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백소영<교보문고 잡지 부문> MD는 “기존 잡지와 다른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독립잡지가 잡지 분야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고 말했다. 

독립잡지가 죽어가는 잡지 산업에 생명을 불어넣을 기대주로 떠오르게 된 배경은 그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립잡지는 광고를 일절 싣지 않으면서 출판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향한다. 독자의 구매나 구독만으로 출판이 유지되는 셈이다. 

‘독자 중심’의 발간이다 보니 기존 잡지와는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실어 독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게 생존에 가장 중요하다. 주류 시선과는 다른 흥미로운 글을 엮거나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특정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로 전체 잡지를 구성하는 「브랜드매거진B」, 매호 한 도시와 관련된 △커피 △인물 △공간의 이야기를 풀어쓴 「드리프트」, 사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디자인 △문학 등에 관한 깊이 있는 글을 엮은 「보스토크」 등이 그 예다. 장동석 잡지<뉴필로소퍼> 편집장은 “독립잡지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거시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개성 있는 콘텐츠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편집장은 「뉴필로소퍼」가 잡지 분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철학적 시선으로 통찰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근 독립잡지를 구독하기 시작한 익명의 학생 A씨는 “광고가 있을 자리가 단행본 못지않은 흥미롭고 알찬 글로 빼곡해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독립잡지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우려도 있다. 판매 수입에만 의존한 채 출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자 사비로 제작하더라도 독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판매율이 저조하면 자금 부족으로 다음 호 제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 모금에 실패하면 출간 자체가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장 편집장은 “계속해서 읽어 줄 정기 구독자 확보를 위한 홍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온라인 홍보와 더불어 리뷰 모임과 같은 대면 접촉을 강화해 먼저 독자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전했다. 

독립잡지는 주류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신선한 관점과 양질의 글로 독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종이 잡지 대멸종 시대’라 불릴 정도로 잡지에 관한 관심이 저조한 지금, 독립잡지가 새로운 독서 문화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움: 백소영<교보문고 잡지 부문> MD
장동석 잡지<뉴필로소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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