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비대위 체제 장기화 우려 … 학생의 대표자 사라져
서울캠 비대위 체제 장기화 우려 … 학생의 대표자 사라져
  • 김종훈 기자
  • 승인 2019.01.02
  • 호수 1488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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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비대위 노력으로
총학 공백 최소화됐지만
비대위 체제의 한계는 뚜렷해
다음 비대위원장은 정책대 회장이 맡아

지난해 11월 있었던 서울캠퍼스 제47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이로써 서울캠은 두 해 연속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오는 3월에 치러질 보궐선거에서도 총학생회장이 선출되지 않을 경우 총학은 올해 말까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1학기 들어선 비대위는 봄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학생들로부터 총학의 공백을 잘 채웠다는 평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비대위의 업무를 현상유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대위는 그 이상을 해냈다”고 의견을 전했다. 강현우<인문대 국어국문과 18> 씨는 “총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예년처럼 학교 행사를 큰 문제없이 마무리했다”며 비대위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부족한 점도 눈에 띄었다. 기존 미생장학금에서 이름이 바뀐 ‘총학생회 특별장학금’의 경우, 지난해 1학기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2학기가 돼서야 장학사업이 시행됐지만, 2017년의 약 2억 원 수준에서 약 1억 5천만 원 수준으로 약 5천만 원이 삭감됐다. 총학의 부재로 인해 학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인 장학금의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1학기 서울캠 비대위원장을 맡은 조성재<정책대 정책학과 16> 씨는 “지난해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미생장학금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대위원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겸직하는 대표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2학기 서울캠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강현<경영대 경영학부 16> 씨는 “단과대학 학생회장과 총학 비대위원장 모두 처음 맡아본 직책이기에 걱정이 많았다”며 “동시에 우리 학교에서 전례가 없는 비대위 체제였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조 씨도 “갑작스럽게 비대위원장이 됐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말했다.

또한 겸직으로 인한 업무의 부담은 해당 단과대 학생회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조 씨는 “사실 단과대 학생회장은 단과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비대위 업무 때문에 단과대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 씨도 “많은 시간을 비대위에 쏟느라 경영대 학생회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것 같다”며 “경영대학 학생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총학의 공백으로 인한 비대위 체제가 지속되면 학내 현안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1월에 나온 ‘좋은수업만들기TF’에서 나온 학교 측 제시안에 학생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당시 논란이 된 네 가지 사안은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 △재수강 횟수 2회 제한 △성적 증명서에 재수강 여부 표기 △P/F 과목 PASS 기준 상향이다. 비대위가 학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천435명의 학생이 참여해 네 가지 사안 모두에 70%가 넘는 학생이 반대의견을 표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사안은 최우선에 두고 일을 진행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렇지만 비대위다보니 총학생회보다는 정당성이나 대표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다른 현안은 강사 구조 조정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캠 모 학과장이 강사에게 보낸 이메일이 언론 매체 ‘뉴시스’를 통해 확인되며, 학교 측이 사실상 시간 강사 구조 조정을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시간 강사 구조 조정은 강사뿐 아니라 학생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구조 조정으로 인해 시간 강사의 수가 줄게 되면 강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대형 강의가 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강 씨는 “앞으로 학교가 강사 구조 조정과 관련해 대화 창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비록 비대위 체제라 할지라도 학생들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ERICA캠퍼스 총학 ‘블룸(BLOOM)’은 총장직선제 도입을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양 캠퍼스 학생 대표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서울캠 총학생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총장직선제를 실현하기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한편, 이달 2일부터 비대위원장직은 올해 정책대 학생회장으로 선출된 신동명<정책대 정책학과 17> 씨가 맡게 된다. 학생회칙에 따르면 총학생회의 정·부학생회장이 모두 공석인 경우 단과대학 학생회 정학생회장 중에서 호선해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한다. 이에 따라 신 씨가 비대위원장직과 정책대 학생회장직을 겸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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